[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제조 수탁사의 실수로 위탁사의 의약품이 회수·폐기되면, 손해배상은 어떻게 이뤄질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마파마가 제조한 오르리스타트 성분의 비만치료제에 회수·폐기 명령을 내렸다. 콜마파마가 허가받지 않은 첨가제를 사용해 의약품을 제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회수·폐기될 치료제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콜마파마가 약물의 첨가제를 바꾸는 과정에서 서류상 허가사항을 변경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여러 제품들이 결부되어 있고, 아직까지 조사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첨가제만 변동이 있었기 때문에 안전성 우려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콜마파마가 다른 제약사의 동일제제 치료제를 위탁받아 함께 제조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콜마파마의 ‘제로엑스캡슐’ 이외에 ▲한국콜마 ‘제로다운캡슐’ ▲라이트팜텍 ‘올리시스캡슐’ ▲휴온스 ‘올리다운캡슐’ ▲마더스제약 ‘제로팻캡슐’ 등 4개사의 오르리스타트 성분 비만치료제가 수탁사의 약사법 위반 사유로 회수·폐기 조치 대상에 포함됐다.
제조를 맡겼던 위탁사는 당황스러운 입장이다. 한국콜마의 경우 콜마파마와 동일한 지주회사 콜마홀딩스에서 갈라져 나온 자회사다. 그러나 라이트팜텍, 휴온스, 마더스제약 등 나머지 3개 회사는 한국콜마와 경영상 아무런 관계가 없는 위탁사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손해배상을 비롯한 사후 조치에 대해 “계약조건은 양사 입장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행정처분이 결정되면 회수·폐기된 제품에 대한 손해배상을 계약사와 추후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식약처에서 행정처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답변을 드릴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회수·폐기 대상 제품을 보유한 위탁사 관계자는 “우선은 식약처 발표대로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폐기 조치를 진행하는 상황”이라며 “사안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는 아직 수탁사와 아무런 논의도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뿐 아니라 다른 위탁사도 여러 곳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섣불리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위탁사들이 향후 대처에 참고할 만한 선례는 찾기 어렵다. 수탁사의 실수에 따른 회수·폐기 조치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던 조치 대상 제품들을 전량 회수하려면 운반비, 물류비, 인건비 등이 소모된다. 폐기되는 제품의 원가도 손실비용에 포함된다. 회수·폐기 조치가 상표의 이미지에 끼칠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사건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도 “위탁사와 수탁사 사이에 계약을 맺을 때 손해배상 관련 조항이 들어갔다면, 그에 따라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계약서상 관련 조항이 없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발사르탄 사태 당시에는 위탁사와 수탁사 사이에 책임소재 다툼이 벌어졌는데, 결국 제조업체가 건강보험공단에 건보료 손실금을 청구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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