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하나은행이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의 100% 배상안에 대한 검토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라임 피해자들은 하나은행이 앞서 키코 배상안에 대해 5차례 기간 연장 끝에 거부한 사례를 떠올리며 불안에 떨고 있다.
하나은행은 2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100% 배상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논의 결과 이사회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금감원에 검토 기간 연장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 측은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을 수락할 경우 조정이 성립되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되는 만큼 분조위 결과 수락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며 “결정 기한을 다음 이사회 일정까지 연기해 달라고 신청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안팎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의 상품을 가져와 판매만 한 상황에서 100% 배상에 나설 경우 이사회가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라임 및 신한금융투자에 구상권 행사로 배상금을 돌려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사회의 신중한 결정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안의 강제력이 없는 만큼 분쟁조정 대상의 검토 기간 연장을 받아 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연장 요청을 받지는 않았지만 연장 요청이 오면 이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100% 배상안 수용을 기대하던 피해자들은 하나은행의 결정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앞서 키코 배상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끝내 불수용 입장을 결정한 만큼 똑 같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라임 펀드 한 피해자는 “하나은행의 경우 전신이 금융투자이고 키코 분쟁조정도 거부한 사례가 있어 피해자들 간에 하나은행이 분쟁조정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그래서 하나은행 본사 앞에서 집회도 했지만 검토 기간 연장으로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여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하나은행의 검토기간 연장 요청에 따라 피해자들은 시선은 이제 우리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2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배상안의 수락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키코 분쟁조정안에 대해 은행권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은행이 수용입장을 밝혔던 만큼 우리은행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임 펀드 한 피해자는 “우리은행은 키코 배상안을 받아들인 사례가 있고, 정부 영향을 많이 받는 은행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은행이 라임 배상안을 받아들여 나머지 판매사들에 모범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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