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두고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의사단체는 “국민은 마루타가 아니다”라며 첩약급여화 반대를 주장하고 한의계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을 이해 못하고 반대만다”고 말한다.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가 결정된다.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총 500억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안전성·유효성 검증 없이 시범사업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방 부회장은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확립 없이 시범사업에 들어간 사례가 없다”며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이 되려면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 등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
방 부회장은 “월경통에 대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도 첩약이 다른 것보다 월등하게 효과가 좋다고 하지 않고 침 치료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나머지 질환들도 효과적으로 증세가 좋아진다고 하지 않는다. 이건 원칙에 위배된 행동이다, 효과가 있다는 정도라면 건강기능식품과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첩약의 관리기준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농산물이 생산·유통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관리되는지, 약을 조제·투약하면서 약의 효과성, 동질성이 유효한지 알 수가 없다. 전국 한의원에서 일제히 표준화된 이후, 건강보험 급여화가 돼야지, ‘깜깜이’식 시범사업이다. 국민을 마루타처럼 쓰고 있다”고 밝혔다.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말을 이어갔다. 방 부회장은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만, 비용 효과성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화되지 않은 항목들도 많다. 첩약에 이만큼 돈이 쓰인다면 결국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에 진행하는 게 의아스럽다”며 “월경통 등 세 질환이 시범사업을 할 만큼 급박성, 긴급성, 치료의 효과성이 뛰어나지도 않고 경제성이 월등히 뛰어난 것도 아니다. 한의 쪽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명백한 근거를 내놓으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시술, 신약 등이 나오고 있는데 이 정도 수준에서 건정심에서 이야기되고 통과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건 한의에 대한 명백한 특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의학이 질병 치료에 대해 효과가 있고 국민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한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하면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사라지고 없어진다면, 의료적 혼란이 올 것이다. 거꾸로 한의학이 증발되고 사라진다면 혼란이 일어나느냐 아니다. 단적인 예를 생각해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의 이해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김경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의협이 우리가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한의학을 공부하거나 연구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의학이 아무나 만만하게 접할 학문이 아니다. 상대방의 학문에 대해 무시하고 비하하지 말라. 몇 시간 공부했다고 안다고 말하는 건 오만”이라고 말했다.
안전성·유효성 지적에 대해선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한약의 안전성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책임지고 있다”며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라 검증이 끝난 상황”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첩약 급여화 논의는 이번에 처음 된 게 아니다. 지난해 건정심에서도 논의했었고, 그때는 의료계가 반대하지 않았다. 지금와서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반대 의견도 결정기구인 건정심에서 하면 될 것을 바깥에서만 이야기 한다. 사회적 합의체에서 의결되면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뿐만 아니라 약사들도 첩약 급여화에 대해 반대한다. 김 부회장은 “한약을 쓰는 약사가 2만명이 넘는다”며 “회의체가 여러 개 있는데, 오는 회의 때마다 말이 달라진다. 반대를 하려니 여러 논리를 쓰는데, 그럴수록 말만 꼬인다. 한약을 쓰면서 반대하니 자기 부정의 결과만 가져온다. 약사는 첩약에 대한 권리가 없다. 다만 일부 약사 중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있을 뿐. 안전하지 않다면서 계속 쓰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환자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병을 치료하는 사람으로 좋은 조건에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라며 “싸울 일이 아니다. 의학과 한의학 각각의 영역에서 협력하는 게 최고의 길이다. 서로 상생해 같이 발전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양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24일 건정심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 앞에서는 첩약 급여화를 둘러싼 집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을 비롯한 의약계는 첩약급여화 반대 집회를, 한국한약산업협회 등 한의계 단체들은 첩약 급여화 찬성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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