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배당자제 권고에도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코로나 장기화에도 대응 가능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쌓아 중간배당 실시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2020년 상반기 1조 34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2012년 이후 역대 최대실적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01억원(11.63%) 증가한 수준이다. 이와 함께 발표된 중간배당은 주당 500원으로, 총 1460억원 규모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배당자제를 권고해 왔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해 금융사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권고다.
지난 4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에 배당을 자제하고 위험에 대비한 충당금을 쌓을 것을 주문한 것이 시작이다. 이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30일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배당을 조심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하나금융이 중간배당을 결정한 당일 아침, 은 위원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직접 만나 금융부문의 안정성이 국가 신용에 직결되는 만큼 금융권이 충당금 적립에 적극 나서 미래손실에 대비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8년만에 최대실적을 바탕으로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했다며 중간배당 실시를 결정했다.
하나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적립했다는 판단아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며 “2분기중 4322억원을 추가해 5252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고정이하여신 잔액 대비 충당금 적립비율(NPL커버리지비율)도 126.8%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예상 손실에 대해서도 충분한 보통주 자본을 보유했고, IMF에 준하는 시나리오 하에서도 자본비율은 금감원 경영지도비율을 상회한다”며 “은행의 자금공급 기능도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중간배당은 주주와의 약속이라는 점과 함께 중간배당을 통해 K-금융의 성공사례를 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2005년부터 창사이래 15년간 진행해온 주주와의 약속과 신뢰 준수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이사회의 의견이 있었다”며 “K-방역에서 세계적인 성공사례를 만든 것처럼 K-금융에서도 성공 사례를 알리는 계기를 중간배당이 해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하나금융이 높은 실적을 바탕으로 중간배당을 강행한 것을 두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금감원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결정에 다소 실망스럽다”는 짤막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이번 결정을 두고 금융당국의 권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의 권고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당국 보다는 청와대나 정치권의 눈치를 더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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