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금융권이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50조원 규모의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권은 당국의 협조 요청에 따라 정부 정책에 발맞춘 결과로 설명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금융감독원 감찰 사건을 거론하며 ‘정치금융’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의 사회적 역할 한 것 뿐”
28일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이들 4대 금융그룹이 발표한 ‘한국판 뉴딜’ 지원규모는 50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러한 지원책은 지난 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4대 금융그룹 회장들에게 ‘한국판 뉴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단 3일만에 나왔다.
신한금융은 혁신성장 대출․투자지원을 20조원 이상 확대하기로 했으며, KB금융은 9개 핵심 지원과제에 앞으로 5년간 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1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금융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우리금융도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10조원의 여신·투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지원책에 대해 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협조 요청이 있었지만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차원에서 지원책이 마련됐다”며 “국가 경제는 물론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조를 당부한 금융당국 역시 ‘국가 경제를 위한 협조 요청’ 이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그룹에 대한 한국판 뉴딜 협조 요청은 별다른 의도 없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국가 경제를 위해 진행된 것”이라며 “좋은 의도로 봐 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그룹의 지원을 단순히 국가 경제 지원을 위한 취지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과 마찰관계인 금융그룹들이 청와대를 통해 민원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을 보여 우려를 더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반은 앞서 ‘월권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 감찰반은 이례적으로 지난 2월부터 4개월에 걸쳐 금감원에 대한 감찰에 나섰다. 그 결과 업무 처리 지연 등을 이유로 간부 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령에 따르면 감찰반 감찰대상은 공공기관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 및 임원으로 국한된다. 금감원에서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원장과 감사 2명뿐이다, 그런데 감찰반이 금감원 임원에 대한 징계를 직접 요청하면서 감찰반이 업무범위를 넘어섰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청와대의 감찰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관련 우리․하나은행 최고경영자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내린 직후 금융권에서 받은 투서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불씨를 붙였다.
금융권의 ‘한국판 뉴딜’ 지원을 순수한 의도로만 볼 수 없다는 우려는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나온다. 특히 이러한 우려는 금감원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는 금융사고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피해자 주 모씨는 “청와대가 금융사들의 민원을 받아 금감원을 감찰하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피해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금감원의 권위가 떨어지자 금융사들은 CEO징계는 소송으로 막고, 배상안은 거부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금감원의 방패 역할을 해주면서 금융사들이 청와대 정책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 아니겠냐”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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