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탈북자 한 명이 군사분계선(MDL) 넘어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군 당국은 북측의 발표 전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경계 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월북한 탈북민은 김모(24)씨로 추정된다.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20분 접경 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마을까지 택시로 이동한 뒤 하차했다.
인근 배수로 주변에서 김씨의 가방이 발견됐다. 가방 안에는 물안경과 옷가지, 통장에서 500만원을 인출한 후 이 중 480만원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들어 있었다.
군 당국은 김씨가 철책 밑의 배수로를 통해 헤엄친 후 월북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씨는 탈북 당시에도 서해 5도 교동도 전방 해상에서 헤엄쳐 북방한계선을 넘어왔다. 이번에도 비슷한 경로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인 26일 “개성시에 악성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지난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군 당국이 북한 보도 전까지 일주일가량 김씨의 월북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보도 직후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후 오후가 돼서야 월북자 발생을 공식화하며 “감시장비 녹화영상 등 대비태세 전반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전비검열실에서 확인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의 허술한 경계태세는 지난 5월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충남 태안 일대 해수욕장에서 고무보트가 잇따라 발견됐다. 같은 달 21일 중국인 8명이 소형보트를 타고 해변으로 밀입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지난 4월19일 태안으로 밀입국한 또 다른 중국인을 검거했다. 소형 고무보트를 이용,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에는 북한 주민 4명이 탄 목선이 강원 삼척항에서 발견됐다. 당시 목선은 해상에서 엔진 기관을 끄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삼척항에 입항했다. 항구로 이동하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군은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정부도 “국민에게 큰 심려를 드렸다”며 “경계체계와 장비, 태세 등의 문제를 신속히 보완해 다시는 잘못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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