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 박지원 청문회, 말장난·신경전만 난무한 ‘맹탕’ 전락

‘정치 9단’ 박지원 청문회, 말장난·신경전만 난무한 ‘맹탕’ 전락

기사승인 2020-07-27 18:54:15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인턴 기자 =‘청문회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청문회 회피에도 능했고,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는 의문만 남긴 채 종료됐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진행된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학력 위조’, ‘정치자금법 위반’ 등 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카드를 연달아 꺼냈다. 하지만 “엄마를 왜 엄마라 부르냐” 등 뜬금 없는 말장난을 쏟아내며 송곳 검증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박 후보자도 의원들의 질문에 “기억이 안난다”, “대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라며 대부분의 의혹을 회피했다. 심지어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학력 위조’ 의혹 공세를 이어가자 “질문을 질문답게 해야 한다”라며 되레 훈수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 서류 제출 끝까지 거부한 박지원에 ‘답보상태’로 남은 학력위조 의혹 = 박지원 후보자의 ‘학력 위조’ 의혹은 결국 해소되지 못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단국대 학적부 성적표 원본 등을 요구했지만 박 후보자가 “단국대에 물어봐라”라고만 답하며 끝까지 거부해 제자리를 맴돌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하태경 의원은 “(자료 제출 거부 시) 학력 위조 의혹이 기정사실이 된다”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박 후보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등의 하자가 없다”거나 “성적을 공개할 이유도 없다. 문제가 있으면 하 의원이 대학에 가서 요구하라”라는 등으로 응수했다.

하 의원이 ▲박 후보자의 전공 필수 수업이 미이수 된 점 ▲편입 과정에서 졸업 인정 교양학점이 35학점뿐인 상황에서 100학점이 인정된 점 ▲1965년 교육법 시행령 기준 졸업 학점에 미달한 채 졸업했다는 점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55년 전이면 하 의원이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오늘날 개념은 많은 차이가 있다”라고 팽팽히 맞섰을 뿐이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왼쪽)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오른쪽). 사진=박태현 기자

◇ 때아닌 ‘어머니’ 논쟁… 주호영 “어머니를 왜 어머니라 부르냐” = 박 후보자의 대북관 검증도 이날 인사청문회의 한 축을 이뤘다. 그렇지만 말장난과 신경전만 오갔다.

화두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던졌다. 그는 박 후보자의 ‘대북관’ 검증하겠다며 개성공단에 지원된 달러가 북한의 핵 개발로 쓰였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답변을 요구했다.

정부가 개성공단에 지원한 돈이 달러인 반면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 되는 돈은 북한 돈인 만큼 달러는 북한 정권에게 전해지는 지원금으로 볼 수 있고, 일련의 자금이 핵 개발에 밑거름이 됐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에 대한 인식을 물은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박 후보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알지도 못하고, 자료가 없어서 모른다”라며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 해야 한다. 핵 개발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답변할 수 없다”라고만 답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어머니를 왜 어머니라 부르냐. 낳았기 때문에 이치상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는가”라며 “국정원장이 될 사람이 그것도 판단하지 못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만 박 후보자는 “아직 원장이 아닌데 예단하면 안된다”라고 받아쳤고, 논쟁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말장난을 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주호영 “박지원, 北과 30억달러 이면합의 서명 의혹”… 박지원 “사실이면 사퇴할 것” =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의 학력위조 의혹과 대북관, 사적 거래관계에 더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공개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문건의 진위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서 사본을 제시하며 “합의사항에는 상부상조 정신에 입각에 북측에 25억 달러의 투자 및 차관을 제공하고,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5억달러분을 제공하며 이와 관련한 실무적 문제는 차후에 합의한다고 돼 있는데 서명한 적이 있는가”라며 “서명도 똑같다. 이런 문건에 사인한 적이 없느냐”라고 질의한 것.

이에 박 후보자는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모함하기 위해 서명을 위조했다”라며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겠다”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또 “어떤 경로로 문건을 입수했는지 모르지만, 4·8 합의서는 지금까지 공개가 됐고 다른 문건에 대해선 저는 기억도 없고 (서명) 하지도 않았다”라며 거듭 부인했다.

이후 주 원내대표가 “다 합치면 국민이 모르는 30억 달러다. 사실이면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고, 박 후보자는 “제 인생과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지겠다”며 이날 인사청문회 중 가장 분명한 의사표현과 답변을 내놨다. 다만 인사청문회는 다시금 기존의 모습을 되찾았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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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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