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냉정'과 '열정' 모두 갖춘 담원, '완전무결'로 거듭나다

[LCK] '냉정'과 '열정' 모두 갖춘 담원, '완전무결'로 거듭나다

기사승인 2020-07-31 07:00:03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담원 게이밍은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소속팀 가운데 가장 피지컬이 뛰어난 팀으로 평가받는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담원은 화끈하게 상대를 찍어누르며 20분대에 상대방의 넥서스를 파괴한다.

하지만 유독 젠지 e스포츠와 DRX만 만나면 아쉽게 패했다. 그것도 결정적 순간 치명적인 판단 미스로 말이다. 몇몇 LCK 관계자 사이에서는 담원이 피지컬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상위권 두 팀과의 대결에서는 '뇌지컬('피지컬'에 심리전·운영 등 판단력에 관여하는 '뇌'를 합친 신조어)적으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누군가는 담원이 '욱'하는 감정적 판단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냉철한 이성을 탑재한 담원의 위력은 가히 공포 그 자체였다. 담원은 30일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LCK 서머 스플릿 경기에서 DRX를 세트 스코어 2대 0으로 완파했다. 스프링 스플릿을 포함해 지난 11일 경기 전까지 담원은 한 번도 DRX 상대로 승리한 적이 없다.(세트 승은 기록했다.)

1세트 담원은 경기 초반부터 소름 끼칠 정도로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케넨'을 선택한 '너구리' 장하권은 6분 '제이스'의 마나가 바닥난 것을 확인하고 '날카로운 소용돌이(R)'로 싸움을 걸었다. 하지만 최현준은 비스킷을 이용해 마나를 회복했다. 결국 한 끗 차이로 최현준이 승리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이스로 줄타기에 성공한 '도란' 최현준의 슈퍼 플레이다.

솔로 킬을 당한 뒤 탑 라인에 복귀하는 대신 드래곤 둥지 앞에 순간이동을 사용한 '너구리' 장하권의 '케넨'. 사진=사진=LCK 유튜브 중계화면 캡처


하지만 달라진 담원의 모습은 다음 장면에서 바로 드러났다. '캐니언' 김건부의 '세트'는 '케넨'이 전사한 것을 확인하고 바로 대지 드래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쇼메이커' 허수의 '조이'는 '쵸비' 정지훈의 '카밀'을 상대로 라인을 밀어넣었기에 먼저 움직일 수 있었다. '베릴' 조건희의 '쓰레쉬'도 한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데프트' 김혁규의 '하이머딩거'가 바텀 1차 포탑에 순간이동을 사용한 것을 확인한 '고스트' 장용준의 '아펠리오스'는 드래곤 둥지 앞 와드에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빠른 합류를 통해 담원은 4명이 합류했고, 3명이 온 DRX를 상대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결국  '표식' 홍창현의 '트런들'이 일제히 공격을 받고 순식간에 터졌다. 

여기서 사망했던 장하권은 드래곤 둥지 앞으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궁극기는 없지만 '봉인풀린 주문서'를 통해 점멸을 점화로 바꾸고 한타에 기여하겠다는 의도였다. 아쉽게도 킬과 어시스트를 얻지는 못했지만, 담원의 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과거의 장하권이었다면 '솔로 킬을 솔로 킬로'라는 마인드로 탑 라인에 바로 순간이동을 해서 복수하려 했겠지만, 이날 그는 더 큰 이득을 취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가운 두뇌를 가진 담원의 진면목이 드러난 것은 17분 무렵이었다. 전황이 불리하다고 느낀 DRX는 바람 드래곤을 먼저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이의 '통통별'(Q)에 맞은 '케리아' 류민석의 세나가 전장을 이탈했고, 담원은 자연스럽게 드래곤을 이어받았다. 장하권의 '케넨'은 점멸과 궁극기를 모두 갖추고 있기에 진입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존야의 모래시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장하권은 무리하지 않고 팀원들이 드래곤을 사냥할 때까지 차분히 상황을 지켜봤다. 이대로만 해도 충분한 이득이었다.

유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궁극기와 점멸로 진입하는 것 대신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본 장하권은 이후 아름다운 궁극기 활용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사진=사진=LCK 유튜브 중계화면 캡처


드래곤 사냥을 마친 뒤 장하권을 제외한 담원의 선수들은 DRX 챔피언의 앞길을 막았다. 그리고 김건부의 세트가 '대미 장식(R)'으로 완벽하게 이니시에이팅을 선보였고, 장하권은 아껴둔 점멸과 '날카로운 소용돌이'로 아름다운 한타를 만들어냈다. 김동준 해설위원은 "'너구리'가 무리를 안 한다"며 "과거의 '너구리'였으면 점멸쓰고 들어갔을 것 같다"고 장하권의 인내심을 칭찬했다.

이 한타 이후 DRX는 전의를 잃은 듯한 플레이를 이어가며 너무나도 무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담원은 성장차를 통해 DRX를 압살했다. '강퀴' 강승현 해설위원은 "그동안 담원이 제 발에 넘어진 경기가 많았는데 오늘만큼은 아니다"라며 감탄했다. 이날 담원은 단순히 실수를 줄였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무결점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또 한 가지. 1세트 담원의 팀 보이스는 평소와 너무나도 달랐다. 담원은 LCK 내에서 가장 높은 텐션을 보여주는 팀이다. 킬이 나오고 교전에서 승리할 때마다 나오는 돌고래와 같은 선수들의 환호성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전한다. 하지만 1세트 담원의 팀 보이스는 너무나도 침착했다. 8분 미드 2대 2 교전에서 승리한 허수는 침착한 목소리로 상대방이 쓴 소환사 주문을 체크하고 "나이스"라고 짧게 반응했다. 11분 무렵 김건부도 정지훈의 카밀을 잡은 뒤 기쁨의 표시 대신 빠르게 후속 판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냉정'과 '열정'을 모두 갖춘 담원은 완전무결 그 자체였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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