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정기 국회에서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탈(CVC) 보유 허용을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에 나선다고 30일 밝혔다. 이 외에도 대대적으로 공정거래법 손보기에 나선다고 발표해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등장할 공정거래법은 어떤 모습일까. 그 내용을 살펴봤다.
◇벤처투자 활성화 위한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 허용
공정위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CVC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CVC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의 약자다. 일반적으로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보통 대기업 집단(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이거나 10조원 이상)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을 지칭한다. CVC는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한다.
그간 국내 대기업의 벤처 투자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제약이 많았다. 금산분리 원칙이란 은행업으로 대표되는 금융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이 서로 업종 소유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과 산업이 결합할 경우 다음과 같은 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금산분리 정책을 시행해왔다.
CVC 추진방안에 따르면, 국내 CVC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자)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등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지분 구조는 일반지주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로 규정했다. 부채 비율은 자기자본 200%를 넘어선 안 된다.
CVC 설립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4가지 방안도 마련했다. 여신 등 타 금융업은 금지하며, 외부자금 조달은 펀드 조성 금액의 최대 40% 내에서 허용한다. 해외 투자는 20%로 제한한다. ▲소식 기업집단 총수일가 지분보유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 등의 투자는 금지된다.
투자받은 중소·벤처기업의 계열회사 편입 유예 기간은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된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 210곳에서 591곳으로 확대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확대된다.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간 상이한 기준은 구분없이 총수일가 20% 이상 지분 보유로 설정됐다.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앞서 공정거래법에서는 규제대상회사 총수일가 보유 지분율을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로 설정했다. 그러나 총수일가가 기업 지분율을 29.9%로 제한해 기업을 지배하는 회피행위 등 규제의 실효성·정합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돼왔다.
지주 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도 상향된다. ▲상장사 20%→30% ▲비상장사 40%→50% 등이다. 다만, 이는 신규 설립·전환된 지주회사에만 적용된다.
◇대기업 집단 소속 법인 의결권 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 법인에 대한 의결권 제한 및 공시제도도 도입된다. 상출집단 소속 공익법인(상증세법상)에 대해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단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예외다. 공시대상집단기업 소속 공익법인에 대해 계열사 주식거래 및 일정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에는 의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를 부과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대기업집단소속 공익법인이 세금혜택을 받으면서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 및 사익편취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지난 2018년 6월 공정위 실태조사에서도 공익법인이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력과 관련된 회사 주식을 집중 보유하는 등 악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이 지정 이전부터 보유한 순환 출자에 대한 의결권도 제한된다. 현행 조항으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예상 기업집단이 지정 직전 급격히 순환출자를 늘릴 때에는 규제할 수 없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금융·보험사가 고객 자본을 활용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제한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 합산 15% 내에서 금융·보험사가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 중 ‘계열사 간 합병 및 영업 양도’를 제외한 것이다. 적대적 M&A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도 의결권이 허용돼 해당 규정을 이용한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우려했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견해다.
공정위는 해외 공시를 강화해 규제망을 촘촘히 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 계열사를 통한 총수일가의 국내 계열사 지배 및 사익 편취 우려에도 관련 현황이 충분히 공시되지 않아 현황 파악이 불가했다”며 “공시대상기업집단 동일인에게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한 해외 계열사 주식소유, 순환출자 현황, 총수일가 20% 이상 지분을 직접 보유한 해외 계열사 지분현황에 공시의무를 부과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집단의 지정기준을 국내총생산액의 0.5%로 규정하겠다”며 “기준 변경 시마다 이해관계자 간 이견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합의 비용도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