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네이버와 구글. 각각 한국 대표 포털과 글로벌 포털사다. 양사는 최근 음성인식 기술에 초점을 맞추며 다양한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내놓고 있다. 양사의 스피커를 약 일주일간 함께 사용해봤다. 네이버의 경우 ON+F54 모델을, 구글의 경우 네스트 미니를 사용했다.
구글 네스트는 구글에서 만든 스마트 스피커다. 2017년 11월 '구글 홈 미니'를 시작으로 2019년 5월부터 네스트사를 인수하면서 '구글 네스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음성비서와 "OK구글, 헤이구글"이라는 명령어로 소통할 수 있다.
네이버 클로바는 2017년 8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처음 출시했다. 앞서 2017년 2월에 AI 플랫폼으로서의 클로바가 선보인 데 이어 나온 것이다. 클로바는 '헤이 클로바'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 날씨나 알람, 뉴스읽기 등 기본 설정 합격점...음악의 경우 클로바는 바이브가 기본 설정
둘 다 "날씨 알려줘"라고 하면 현재 기온과 오늘 날씨를 잘 알려준다. 다른 점은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줄 때다. 네이버 클로바는 미세먼지 수치를 바로 알려주지만, 구글은 '미세미세' 앱으로 연결이 된다면서 연결이 중간에 끊겨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오늘의 뉴스 알려줘"라고 말하면 클로바의 경우 KBS 라디오 뉴스가 재생됐다. 구글의 경우 SBS 뉴스브리핑으로 연결됐다. 주요 뉴스 요약을 바로 들을 수 있어 편리했다.
음악의 경우는 어떨까. 구글은 유튜브 뮤직, 지니 뮤직, 삼성뮤직, 벅스 등 네 가지 앱과 연결을 지원했다. 따라서 선택의 폭이 넓어 좋았으나, 가입한 앱이 없으면 음악 연결이 바로 지원되지 않았다. 따로 쓰는 앱이 없다면 노래를 들으려 유튜브뮤직으로 이동해 다시 노래를 검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다. 다만 어디서든 가능한 유튜브 연결은 편리했다.
클로바는 "음악 틀어줘", "노래 틀어줘" 등의 명령어만 말하면 따로 말하지 않아도 바로 네이버의 뮤직앱인 바이브와 바로 연결됐다. 바이브에 가입하지 않으면 1분 미리듣기만 제공된다. 바이브를 평소 별로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클로바를 쓰면서는 바이브 노래를 계속 듣게 됐다. 어찌 보면 바이브와 바로 연결되게 함으로써 편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기도 했다. 불편해서 바이브에 가입을 하게끔 만드는 방식이랄까? 클로바 앱에서 네이버 뮤직, 지니 뮤직, 벅스 등과 연동되게끔 바꿀 수는 있었다.
네이버 클로바에서는 "우울할 때 들을 만한 노래 알려줘"라고 물어보자 아는형의 '붙잡을걸 그랬어', 윤하의 '빗소리', 안녕하신가영의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등이 재생됐다. 성별이나 나이대에 따라 추천이 달라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드가 비슷한 노래를 잘 맞춰냈다는 느낌이다.
구글이 문자를 보내주는 기능은 편리했다. 구글은 연락처 연동으로 문자 기능을 수행했다. "문자 보내줘"라고 하면 내 연락처에서 자동 검색해 "누구에게 보낼까요?"라고 물어봤다. "엄마"라고 답하니 메시지 내용을 물어보고, 메시지 내용을 최종 발송할지를 물어본 뒤 발송해줬다. 이 문자 전송 기능은 클로바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 번역, 검색기능도 척척......지도정보 제공에서 구글은 아쉬워
클로바와 구글은 간단한 번역 기능도 제공됐다. "죄송합니다를 일본어로"라고 물어보자 구글은 "모시와케아리마센", 클로바는 "스미마셍"이라고 대답했다. 음성으로 읽어주어 간단하게 따라하기 편리했다.
상식과 검색 기능도 일부 제공했다. 한번 간단한 역사적 사실을 물어봤다. "장미 전쟁이 뭐야?"라고 묻자 클로바는 네이버의 시사상식사전을 기반으로 알려줬고, 구글은 위키백과와 연결되어 간단한 사실을 알려줬다. 인물도 물어봤다. "사르트르가 누구야?"라고 물어보면 네이버는 네이버 검색결과를 바탕으로, 구글은 위키백과의 내용을 알려줬다. 척척 설명을 해주니 편리했다.
일상 대화는 어떨까. "수수께끼 내줘"라고 물어보자 구글은 혼자 간단한 말장난 유머를 구사했다. "사람에게는 다 때가 있습니다. 때가 차면 가는 곳은 어디일까요? 목욕탕입니다"라는 식이다.
네이버는 "걸어다니는 귀는?"이라고 물어보고 답을 하면 맞는지 틀리는지 알려주어 말하는 이와 조금 더 소통을 하는 방식이었다. "재미있는 얘기 해줘"라고 물으면, 클로바는 "컬투쇼 레전드 사연을 들려드릴까요?"라고 말하고, 컬투쇼 오디오클립을 재생하기도 했다. 한국어 화자들이 즐거워하는 콘텐츠를 알고 이를 잘 추천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정보의 경우에는 클로바가 확실한 우위였다. 구글에게 "OK 구글, 사당동에서 삼성동까지 어떻게 가는지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사당동에서 삼성동까지의 거리는 8km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지하철로 갈 수 있다며 교통수단도 안내했다.
다만 구글에 자동차로 어떻게 가는지를 물어보자 "거주하고 계신 국가에서는 자동차 경로안내 기능이 아직 지원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아쉽게도 구체적인 안내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에 반해 클로바는 교통정보에 대해 더 상세하게 답했다. "자동차 추천 경로로 11.8km, 약 44분이 예상됩니다. 사당로, 남부순환로, 영동대로를 거치는 경로입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지도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정보를 가져오는 듯했다.
"주변 맛집 알려줘"라고 물으면 주변에서 맛집으로 등록된 곳들을 알려준다. 클로바의 경우 네이버 검색결과에 기반해 하나하나 읽어 줬다. 주변 맛집들의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구글의 경우 구글맵의 정보에 따라 리뷰어들의 평점이나 세부 정보도 알려준다. 예컨대 "배달이 안 됨"등의 세부정보가 제공되기도 했다. 오히려 이런 정보는 구글이 더 객관적으로 제공했다.
◇ 총평: 한국인을 더 잘 아는 네이버,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음성인식과 관련해서의 감상을 적어본다면, 네이버가 한국인이 자주 쓰는 앱이나 서비스를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미있는 것 알려줘"라고 물었을 때 인기 있는 라디오 채널인 '컬투쇼'를 연결해 주는 방식 등이 그랬다. 앱 음성의 경우에도 구글은 기본 남성이나 여성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데 반해 클로바는 스타 배우인 유인나 목소리를 제공하는 점 등에서 그랬다.
또 말을 할 때나 검색결과를 읽어줄 때의 매끄러움은 클로바가 더 매끄러운 느낌이었다. 예컨대 일부 영어 표현이 섞여 있을 때 구글의 목소리 억양이 미묘하게 이상하게 변하는 경우가 있었다. 클로바는 한국어 억양이 훨씬 자연스러워 한국어에 대한 네이버의 이해가 더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네이버 지도 검색 기능이 매우 편리하고 구글보다 더 정확했다.
다만 음성인식 부분에서 클로바를 부르지 않았는데도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었다. 클로바를 부르지 않고 그냥 하는 말에도 동작하는 등, 조금 더 센서가 예민하게 느껴졌다. 클로바를 부르면 바로 '띵-'하는 소리가 났고, 클로바를 부르지 않았는데도 '띵-'소리가 나면서 인식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오작동으로 불편이 있어 아쉬웠다.
구글의 경우는 OK 구글을 불렀을 때 소리가 나지 않고 잠시 포즈(멈춤현상)가 있기 때문에 군더더기 소리가 안 나 좋았다. 또 네이버 바이브 외의 다양한 음악 앱을 연결할 수 있는 점도 편했다. LG유플러스와 오래 협력해서인지, 클로바보다 통신사와 좀 더 잘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다. 연락처를 검색해 문자를 보내주기도 하는 기능이 그랬다. 요리의 경우 '만개의 레시피'와 연동해 요리하는 법을 편리하게 검색할 수도 있었다.
다만 구글은 교통정보 제공이 아쉬웠다. 또 한국어 발화가 많이 자연스러웠지만, 일부 정보 제공에서는 갑자기 영어 발음이나 뭉개지는 발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다양한 음성인식 서비스 중 완벽한 서비스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검색 없이도 음성만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게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음성인식의 세계가 훨씬 넓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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