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불안 일부 해소되겠지만”…8·4공급대책 ‘반신반의’

“공급불안 일부 해소되겠지만”…8·4공급대책 ‘반신반의’

공급시그널로 패닉바잉 우려 진정 효과 vs 공공임대 치우쳐 집값 안정 효과 크지 않아
“수도이전과 고밀개발은 서로 배치되는 성격”

기사승인 2020-08-05 05:00:17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TF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주택공급이 주된 골자를 이루고 있는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공급불안은 잠식시킬 수 있을 거라 보면서도,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대책이 신규공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성을 전제로 한 재건축 등의 사업에 참여할 조합이 없을 거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밀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공급대책이 최근 정부와 여당의 수도권 이전과도 배치되는 성격을 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택구입 불안 심리 낮출 수 있을 것”=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이어져 오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고 무주택자 등 서민들의 내집마련에 대한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함이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총 26만호 수준의 주택공급을 추진한다. 해당 26만호 중 7만호(2020~2028년)는 지난 5월 기 발표한 공급예정 물량이며, 13만호(2021~2028년)는 이번 대책에서 신규 추가 발굴된 물량이다. 나머지 6만호는 예정된 공공분양물량 중 2021~2022년으로 앞당긴 사전청약 확대분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군 시설, 국유지·공공기관 부지, 서울시 유휴부지 등 신규택지를 발굴하고 ▲3기 신도시 등에 대한 용적률을 완화하고 ▲기부채납 등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등의 전략을 짰다.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주택공급 대책이 현재 시장에 형성된 공급 불안 심리를 해소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다양한 공급대책으로 상당량의 주택공급을 통해 최근 가격급등 우려에 따른 주택구입 불안 심리를 낮추고 30~40대의 패닉바잉 우려를 진정시키는 등 주택시장의 확실한 공급시그널을 보내려는 의지가 표명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누적된 주택 매수 대기수요 대비 공급량은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주택매매시장의 공급불안은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어떤 부작용 우려되나=이와 동시에 이번 공급대책으로는 수도권 집값 안정화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 내다보는 시각도 있었다. 주거불안은 해소할 수 있겠지만 수도권 집값 안정화는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다.

또 기부채납 등 공공성을 전제로 고밀도 재건축에 대해 시장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의 참여도가 정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공급계획 물량 상당수가 공공임대·분양에 맞춰져 있어 효과에 제한적일 것”

가장 큰 이유는 주택공급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아파트와 같은 주택은 짓는 데 보통 2~3년이 필요한 만큼, 실질적인 공급 효과가 그쯤부터 나타날 거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결국 지금 새로 주택을 짓겠다고 대책을 발표해도 과열된 부동산 수요를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공급량에 초점이 맞춰 있을 뿐 주택 수요 흡수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공공참여형 개발과 공급 계획 물량 중 상당수가 공공임대·분양에 맞춰 있어서 집값 안정화하는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입장에서 개발이익 상당수를 환수해 가는데 참여를 할지 의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공공성 강화를 통한 주택 공급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양 소장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사업이라는 점은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개발 이익의 대부분이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좋은 입지의 사업지 같은 경우에는 조합원들의 참여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뉴타운 해제지역에 대한 공공재개발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강북지역 집값 역시 소형이 10억 시대가 된 것은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공급부족의 영향이 컸다”며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된 곳이 공급으로 이어진다면 강북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조합원분을 제외한 물량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것은 역시 조합원들의 참여도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조권, 조망권 침해 등... 고밀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지 논의 필요”

고밀개발이 주거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공급지역으로 언급된 곳에서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교통 문제 등의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수요가 충분한 도심에 공급을 늘리는 건 맞지만 고밀 공급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심 고밀도개발이 갑작스레 ‘정책목표’처럼 되어버린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불가피하게 고밀공급을 하더라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목적이 고밀도 개발의 유일한 근거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이전과 수도권 고밀개발은 배치되는 성격”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행정수도 이전과 이번 서울 수도권 도심 고밀개발이 배치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은 개발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교통 개선 등이 집값을 올리는 상황”이라며 “고밀개발이라는 건 토지활용도를 올리는 것이고, 토지 가치가 오르면 투자수요 유입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정부의 수도이전 주장과 배치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놓칠 수도 있다. 고밀 개발한다고 해서 집값이 잡힌다고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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