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태릉골프장 1만호 들어서면 출퇴근 시간은 지옥이다” 

[가봤더니] “태릉골프장 1만호 들어서면 출퇴근 시간은 지옥이다” 

인근 주민들 태릉골프장 개발 '동의'
다만 교통인프라 특단의 대책 '요구'

기사승인 2020-08-06 06:00:02
태릉골프장 입구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아침에 걸어가는 게 빠를 겁니다. 지금 별내 쪽에 주상복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서고 있는데, 여기에 아파트 1만호 추가되면 (교통은) 상상하기도 어렵죠”

정부의 태릉골프장 주택 공급 방안이 발표된 다음날 갈매역에서 만난 인근 주민의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기위해 수도권 일대 13만2000호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태릉골프장 아파트 공급 사업은 정부의 이번 공급 방안 가운데 단일 사업으로 가장 큰 1만호에 달하는 핵심 사업이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 직후 태릉골프장이 위치한 노원구청장은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또 다시 1만 세대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것은 그동안 많은 불편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 온 노원구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태릉골프장에 붙어 있는 갈매역 인근 주민들을 만나봤다.

태릉골프장에 인접해 있는 갈매역세권 공공주택지구 모습


◇태릉골프장 주변 이미 개발 사업 시작됐다

먼저 태릉골프장을 방문한 결과 주변 일대가 상당히 낙후된 모습을 보였다. 태릉골프장 주차장 입구부터 남양주 별내 택지개발지구 쪽으로 낮은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곳곳에 문 닫은 부동산과 토지보상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어 이미 재개발 광풍이 불고 지나간 모습으로 보였다.

카센터를 운영하는 주민은 “이미 이곳은 토지 보상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제 곧 여기에 살던 주민들은 모두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떠나는 사람들에게 태릉골프장 개발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확인 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자로 태릉골프장과 갈매역 사이 일대와 골프장의 우측 상단 지역을 ‘갈매역세권 공공주택지구’로 묶어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갈매역세권 공공주택지구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과 서민·무주택자에게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될 경우 북쪽의 별내 신도시와 갈매역세권 지구, 태릉골프장 지구가 묶여 초거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더불어 주변에서는 별내·왕숙·다산 신도시 등 신도시 개발 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태릉골프장과 도로를 두고 맞은편에 있는 갈매 공공주택 지구 /사진=조계원 기자
◇개발 ‘OK', 다만 특단의 교통 대책 '필요'
태릉골프장을 끼고 있는 47번 국도를 넘으면 ‘갈매 공공주택지구’가 등장한다. 이곳은 길 건너편과 달리 고층의 아파트와 깔끔한 모습의 상가들이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태릉골프장의 개발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년 전 이사 왔다는 한 남성은 “도로 건너편이 상당이 낙후 되어있어 애들에게는 혼자 못 가게하고 있다”며 “골프장도 녹지라지만 주민들이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저 상태로 있는 것 보다는 개발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옆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남성도 “태릉골프장 개발 이야기는 10년 전부터 나오던 것으로, 그동안 국방부가 반대해 추진이 안 되다가 이번에 결정된 것”이라며 “주민들은 언젠가는 태릉골프장이 개발될 것으로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인근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태릉골프장 개발과 함께 대폭적인 교통 인프라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개발 결정과 함께 ▲북부간선도로 확장 ▲용마산로 지하화 ▲신내IC개선 ▲화랑대역과 태릉골프장, 갈매역을 연계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 등을 약속했지만 부족하다는 평이다.

갈매 공공주택지구에 거주한다는 한 남성은 “지금도 아침이면 도로에 차가 줄지어 서는데 주위 별내 신도시, 왕숙 지구, 다산 지구에서는 건물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며 “여기에 태릉골프장에 아파트 1만호가 들어서면 출퇴근 도로는 지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남성은 “출퇴근 시간에 북부간선도로 길목이 너무 막힌다”며 “주위에 태릉 등 유적지가 많아 어떻게 도로를 확장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개발을 반대하지 않지만 특단의 교통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태릉골프장 주변 교통 개선 방안
◇태릉 골프장 개발 집값 영향은 ‘글쌔’
인근 주민들은 태릉 골프장에 1만호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영향으로 주변 집값이 뛸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상태였다.

정부 주도 개발인 만큼 임대 아파트 비중이 높아 주변 집값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과 그래도 주변 환경 개선에 따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했다.

앞서 2년 전 이사 왔다던 남성은 “그래도 주변 환경이 개선되면 이곳도 영향을 받지 않겠냐”며 “태릉 골프장이 개발되면 공원도 들어오고, 주변 집값이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는 “임대아파트, 행복주택 등이 늘어난 다는 이야기인데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태릉골프장 개발로 집값이 뛸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오히려 교통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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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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