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정유진 인턴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입은 ‘분홍색 원피스’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때와 장소에 맞는 의상을 입어야 한다”와 “복장이 무슨 상관인가”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도를 넘은 성희롱성 비난도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연소’로 국회에 입성한 류 의원(28)은 “일상에서 볼 때 전혀 튀는 옷이 아니다. 제 또래라면 누구나 입는 옷”이라며 “‘양복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국회의 관행을 깨고 싶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특별한’ 국회가 아닌 ‘다양한’ 국회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에 쿠키뉴스가 류 의원의 ‘또래’, 20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탈이념·탈진영 성향을 지닌 20대 사이에선 류 의원의 복장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류 의원의 복장이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의 무게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민 대변하는 국회일수록 복장도 더 다양해져야”=류 의원의 ‘원피스’ 출석과 관련해 20대들은 “신선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양복과 넥타이’라는 국회 관행을 깨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국회법에서 옷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이 없는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며 류 의원을 향해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직장인 A씨(24·여)는 작업복을 입은 국회의원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민의 대표일수록 다양한 직업의 국회의원이 많아져 복장도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A씨는 “국회는 다양한 의견과 정책을 내는 곳이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소속된 곳의 개성을 표현하게 된다면 다채로운 사회를 만드는 시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류 의원의 ‘원피스’ 논란이 국회의 오랜 권위의식을 타파하고 발전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남성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도 나왔다. 오랜 기득권층이었던 남성들의 ‘양복’ 문화가 굳혀졌다는 것. 부천에 거주하는 대학생 B씨(24·남)는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양복을 입어왔던 것뿐이다. 미래에 누군가 원피스 복장으로 국회에 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나”라며 “옷을 입는 것 자체에 문제가 없는데 굳이 나서서 문제로 삼고 있는게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C씨(24·여)는 “남성 의원이 반바지를 입고 본회의장에 나타났다고 하면 이렇게까지 욕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젊은 여성 의원으로서 기존의 국회를 바꿀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멋있다. 언젠가 국회가 변화해서 ‘복장 논란’이 사라진다면 류 의원이 성공을 이끌어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거라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옷 신경 쓸 시간에 국민 신경이나 더 써라”는 일침을 날렸다.
류 의원과 의견을 같이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소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D씨(27·남)는 “류 의원의 옷이 과하거나 심한 옷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장이나 학교에서도 많이 입는 옷”이라며 “깨어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옷을 입는 것은 개인의 자유 아닌가”라고 했다.
◇“청바지에 흰 티는 괜찮지만, 화려한 패턴 원피스는 좀…”=20대들 사이에서 류 의원의 복장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TPO(시간·장소·상황)를 고려해 옷을 갖춰 입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나아가 가벼운 옷차림이 신뢰감을 떨어트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E씨(25·여)는 “조금 과하진 않았나”라고 평가했다. 면접을 볼 때 정장을 입듯이 상황에 맞춰 옷을 입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E씨는 “국회의원이 현장방문 등을 할 때 어떤 옷을 입든 문제 삼지 않는다. 류 의원이 연구모임에 참석해 같은 원피스를 입었던 게 논란이 되지 않았던 것과 같다”며 “회의가 이뤄진다는 상황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진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지만 류 의원이 신중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F씨(23·여)는 “한 사람의 복장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오르는 것은 어이가 없다. 옷을 입는 것은 개인의 자유기 때문에 누구도 비난해선 안 된다”면서도 “다만 옷차림에 따라 자리에 임하는 태도가 평가되곤 하는데 (류 의원이) 일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류 의원의 복장이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나왔다. 직장인 G씨(23·여)는 “흰 티에 청바지까지는 별 생각이 안드는데 화려한 패턴은 단정하지 못했다고 본다”며 “국회가 젊어지면서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어서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다들 겨울옷 입었는데 혼자 여름옷 입은 것처럼 보여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류 의원을 향한 지지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갑자기 원피스가 입어지고 싶은 아침”이라고 힘을 실었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유정주·양향자·안민석·김남국·이원욱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김재섭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 등이 한목소리로 류 의원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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