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노쇠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줄이고 노인의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운영하길 바란다.”
지난 5년간 ‘한국 노인 노쇠코호트 구축 및 중재 연구사업’을 맡았던 원장원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노쇠란 신체 노화와 활동량 및 영양섭취 감소, 각종 질병등으로 체력, 지구력, 생리적 기능이 저하돼 취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근육을 비롯한 각종 장기의 잔존기능이 감소해 쉽게 자립적인 활동을 못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노쇠는 요양시설 입소 확률을 5.5배 높이고, 치매 발생률은 6배나 증가시킨다.
원 교수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서신을 받았다. 안슈 바네르지 WHO 생식보건 수석 고문은 “원 교수의 한국노인노쇠코호트는 노인의 건강과 사회복지 요구를 해결함에 있어 기존의 질병 기반 접근 방식을 뛰어넘는 연구”라며 “우리는 한국노인노쇠코호트 팀과 협력을 구축하고, 그 사업의 결과로 건강노화 향후 10년 사업(Decade for Healthy Ageing) 기간에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WHO에서도 해당 사업에 대해 인정했지만, 한국노인코호트사업은 올해 11월로 종료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부분 연구사업의 예산이 사라진 탓이다. 원 교수는 “기존 코호트 사업처럼 병원에서 모집한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계신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라 연구 가치가 높다”며 “노인의 기능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예후나 원인을 분석·관리한 코호트는 없다.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10개 센터에서 코호트를 모집해 도시와 지방 등 환경적인 요소도 포함돼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신체기능(보행 평가,근력), 인지기능평가(치매 진단용 신경 심리검사), 사회기능평가(사회적 관계, 사회활동, 사회적 지지), 정신적 기능(우울증), 삶의 질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노쇠 연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원 교수는 “자립 생활이 안되는 상태로 넘어가는 것을 줄이고, 지연시킬 수 있다. 장애로 가는 것을 막는 연구”라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을 줄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돼 외국에서도 이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WHO에서 건강노화에 대한 정의를 질병의 유무로 하지 않는다. 노인이 되면 당뇨·고혈압 등 질병은 모두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를 건강노화로 정의한다. 초고령화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쇠, 노인의 기능이 더 중요하게 인식될 것. 노쇠관리가 필요한 세상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보건분야 연구를 할 때 질병 위주로 진행한다. 지난 몇 년간은 치매, 지금은 코로나19”라며 “코로나19를 예로 들면 코로나19로 사망하는 분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운동량이 감소해 집에만 있다가 사망할 수도 있다. 노인 문제만큼은 질병 중심이 아닌 기능 중심, 삶의 질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해당 사업의 책임자로 일했지만, 외부 연구진들과의 교류도 활발히 했다. ▲KIST와 라이더센서 보행측정 연구 ▲KAIST와 관성 센서를 이용한 보행분석 연구를 진행했고, 이외에 개인 연구자들에게 데이터와 혈액 등을 공유해 연구에 도움을 줬다.
그는 처음 이 과제를 맡았을 때 “생명같이 소중한 과제다.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생명같이 소중하게 사명감을 갖고 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구원들과 함께 노력해왔다”며 “국내·국외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노쇠, 근감소증, 노화 연구 코호트로서 지속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한국의 노인보건 정책 결정에 중요한 자료가 앞으로도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 과제처럼 진행되다 보니 정부에서 관심이 적었다”며 “직접 정부에서 진행해야 정책으로 바로 반영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기반을 만든 것만으로도 본인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코호트 사업을 진행하면서 고령화에 대응할 정책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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