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99일. 그룹 블랙핑크가 첫 번째 정규음반의 선공개 싱글을 발매하기부터 음반 전체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들은 지난 6월26일 첫 정규음반에 실린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을 선공개했고, 오는 28일에 두 번째 싱글을 내놓는다. 이 두 곡을 포함한 정규 1집은 오는 10월2일에 세상에 나온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는 올해 체계적이고 철저한 계획과 실천으로 글로벌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반 쪼개기’ 전략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한 장의 음반을 여러 싱글로 쪼개 발매하는 전략으로, 타이틀곡에만 집중되던 관심을 음반 전반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든 ‘K팝 어벤져스’ 그룹 슈퍼엠도 첫 번째 정규음반 발매를 앞두고 두 장의 싱글을 먼저 공개한다. 우선 오는 14일 오후 1시(미 동부시간 14일 0시) 신곡 ‘100’을 낸 뒤, 앞서 온라인 콘서트에서 선공개한 신곡 ‘호랑이’(Tiger Inside)를 내달 1일 낸다. 정규 음반 ‘슈퍼 원’(Super One)은 내달 25일 베일을 벗는다.
지난 3일 발표된 그룹 샤이니 멤버 태민의 신곡 ‘투 키즈’(2 KIDS) 역시 그의 솔로 신보를 위한 초석이다. 태민은 추후 ‘액트 1’(Act 1)과 ‘액트 2’(Act 2) 2개 음반을 순차 발매해 정규 3집 ‘네버 고너 댄스 어게인’(Never Gonna Dance Again)을 완성한다. 구체적인 발매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태민은 앞선 브이라이브 방송에서 “생각보다 빨리 (음반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미국에선 2~3곡의 싱글을 낸 뒤 전체 음반을 내고, 이후에도 추가 싱글을 내는 컴백 방식이 일반적이다. 음악 시장의 규모가 큰 일본 역시 싱글 몇 장을 먼저 내고 여기에 추가곡을 실어 정규 음반을 완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는 그룹 빅뱅의 ‘메이드’(MADE) 프로젝트가 이런 쪼개기 전략의 첫 성공 모델로 꼽힌다. 이들은 2015년 5월부터 8월까지 매달 두 곡의 신곡을 넣은 ‘M’ ‘A’ ‘D’ E’ 미니음반을 발매해 네 달 내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정규 10집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The Cloud Dream of the Nine)을 두 장의 음반과 한 장의 싱글로 나눠낸 가수 엄정화, 솔로 4집 ‘타인의 고통’ 발매에 앞서 선공개 싱글 3곡을 발표했던 밴드 자우림 멤버 김윤아, 3년여에 걸쳐 정규 12집 ‘폴 투 플라이 후’(Fall To Fly 後)의 수록곡을 싱글로 공개했던 가수 이승환 등도 ‘음반 쪼개기’ 전략을 택한 사례다.
디지털 음원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다. 음악 시장이 디지털 음원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음악의 소비 주기가 짧아진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10여 곡 안팎의 정규 음반을 발매해도 타이틀곡과 후속곡 등 1~2곡만 주목받다가 발매 2주차부터 관심이 빠르게 하락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수와 기획사에겐 많은 곡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것이 여러 모로 손해다. 오히려 음원으로 쪼개 내고 그걸 모아 음반으로 내는 것이 음악을 알리고 매출을 올리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미국은 음악 시장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노래 한 곡을 띄우는 데만 몇 달이 걸린다. 그래서 리드·세컨드 싱글을 낸 뒤 음반을 발매하는 전략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음악 시장이 작고 TV와 라디오도 널리 보급돼 많은 비용을 들여 홍보하기보단 음반 한 장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음반 한 장을 내놓아도 타이틀곡이나 후속곡 정도로 활동을 하고 나면 나머지 수록곡은 버리는 셈이 된다. 반면 자신 있는 곡들을 싱글로 먼저 보여주고 이후 음반을 내 활동하면, 홍보 비용은 높아지겠지만 더욱 많은 곡을 들려줄 수 있다. 대중의 입장에서도 더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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