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희란 기자 =흑인 분장을 한 경기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의 졸업사진이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에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의정부고등학교 학생자치회 페이스북에는 해당 고교 남학생 5명이 흑인 분장을 하고 촬영한 졸업사진이 공개됐다. 해당 사진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인종차별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지만, 다수의 네티즌은 ‘패러디일 뿐’이라고 반박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패러디한 대상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던 이른바 ‘관짝소년단’이다. 관짝소년단은 아프리카 가나의 한 장례식 영상 속에서 관을 들고 춤추는 상여꾼들에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칭이다. 학생들이 상여꾼들의 피부색을 따라하기 위해 얼굴을 까맣게 칠한 것이 논란의 쟁점이다.
서구사회에서 흑인 분장은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여겨진다. 흑인 분장을 의미하는 ‘블랙페이스’라는 용어도 있다. 블랙페이스는 흑인이 아닌 배우가 흑인 흉내를 내며 얼굴을 검게 칠하는 무대 분장을 뜻하는 말이다. 흑인을 희화화하는 코미디쇼에서 널리 쓰였다. 블랙페이스는 1830년대부터 유행하다가 1960대에 흑인 민권운동이 일어난 후부터는 인종차별적 행위라고 여겨져 금기시됐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사진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파장은 커졌다. 그는 “2020년에 이런 것(흑인 분장 사진)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 웃기지 않다. 흑인들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며 “제발 하지 말아달라. 문화를 따라하는 건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되냐. 한국에서 이런 행동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분노했다.
샘 오취리가 올린 게시글에는 2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의 댓글이 글을 올린 오취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단순 특정인을 패러디한 것 뿐 어디가 인종차별이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의견이었다. 이들은 샘 오취리에 ‘한국인을 욕할거면 한국에서 나가라’, ‘고향으로 꺼져라’, ‘인종차별에 대한 피해의식 있냐’는 비난을 섞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만이 샘 오취리의 의견에 동조하며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한한국의 인권감수성이 얼마나 낮은지 실감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일부는 ‘차별 교육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쟁에 최항섭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해당 사진은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게 박힌 한국사회의 문제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종차별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 기회를 박탈하는 것만 인종차별이 아니라 피부색이 사회적 놀림감, 즐거움의 대상이 되는 것도 전형적인 인종차별”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패러디일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 최 교수는 “중요한 건 차별 행위를 한 사람의 의도가 아닌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이라며 “누구든 모멸감을 느꼈다면 그건 인종차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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