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알코올 중독에 대한 낮은 인식이 젊은 층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술은 ‘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물질이지만 단순 기호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젊었을 때부터 알코올 중독이 시작되지만 자각하지 못하다가 암과 같은 신체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40‧50대가 되어서야 금주 치료 등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음주량 조절이 안 되고 기억을 잃을 정도로 마시는 등 문제 음주를 한다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가족 중에 알코올 사용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라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 중독의 질환명은 ‘알코올 사용 장애’(alcohol use disorder)이다. 과도한 음주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4~2018년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를 분석한 결과, 2018년 기준으로 남성 환자는 5만7692명, 여성 환자는 1만7010명으로 집계됐다.
진료를 받은 20‧30대 환자는 2018년 기준 각각 6607명, 9201명이다. 19세 이하의 미성년자도 2014년 1582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8년 2011명으로 집계됐다. 환자수로만 보면 40‧50대가 각각 1만5256명(20.4%) 1만9793명(26.5%)으로 가장 많지만, 이는 환자들이 비교적 늦은 시기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이덕종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 사용장애로 진료를 받는 연령이 50~60대에서 많은 가장 큰 이유는, 과다한 알코올 사용으로 인한 여러 어려움들이 겉으로 드러나고 환자의 건강 및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게 발현되는 연령대가 50대~60대이기 때문”이라며 “알코올에 너그러운 문화와 인식,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역시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들이 병원을 늦게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철민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대개 젊은 나이에 (장애가) 시작되지만 금주 치료는 간경화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40‧50대에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환자가 치료를 받을 땐 음주운전 등 문제 음주가 지속돼 주변 권유 혹은 치료명령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음주량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술을 마신 다음 날 해장술을 마시거나, 혹은 스트레스에 대한 해소법으로 술을 찾는다면 알코올 사용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알코올은 통제력과 판단력을 목표 지향적으로 적절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뇌의 영역인 ‘전두엽’의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인데, 알코올 중독이 진행될수록 알코올 사용에 대한 통제력 발휘는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blackout)을 경험하거나 음주운전 등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음주형태를 보인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신 교수는 “맥주 4캔에 1만원, 소주 2병에 3000원에 판매되는 환경이다. 값싸게 보상을 받을 수 있자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또 젊은 층에서는 과음 후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술자리에 나가 과음을 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은데, 처음에는 단기간 금주도 해보고 조절도 하지만 나중에는 문제 음주로 이어지게 된다”며 “경각심을 가지지 않으면 어느 순간 대인관계나 직업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릴 때 음주에 노출된 이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전두엽의 기능발달이 10대, 20대 초반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라면서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 담배나 도박, 마약 등 다른 중독 물질 중독에도 쉽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또 “선천적으로 중독적 물질 사용에 취약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족 중 알코올 사용장애로 치료를 받은 이가 있다면 음주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신 교수가 말하는 생활 속 건강한 음주 습관은 다음과 같다.
1)취하도록 마시지 않는다.
과음은 자신도 모르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기 때문에 본인의 주량에 따라 절제하는 습관을 들인다.
2)식사는 든든하게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빨라져 취하고 간과 위장에도 좋지 않다. 술자리가 있다면 미리 식사를 든든히 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3)중간중간 물 마시기
물은 체내 알코올 농도를 낮추고 흡수율을 떨어뜨리며 활발한 이뇨작용으로 알코올을 체내에서 배출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4)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가끔씩 마시는 혼술은 생활에 활력이 되지만 매일 혼자 마시게 되면 술 양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가족, 친구와 함께 술자리를 갖으며 대화를 나누면 스트레스 해소와 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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