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정부가 제2의 유치원 식중독 집단발생 사태를 막기 위해 보존식 보관의무 기준을 확대한다. 또 연 1회 이상 전수점검을 통해 급식 시설 현장을 수시로 점검하고, 식중독 발생 시 원인규명률을 높이기 위해 조사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안전관리 개선 대책’이 논의됐다.
유치원‧어린이집 식중독의 경우 전체 발생 비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매년 증가 추세에 있고, 신체적으로 연약한 영유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어 강력한 관리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유치원‧어린이집 발생 건수는 2017년 221건, 2018년 344건, 2019년(잠정) 385건이다.
매일 200만명의 영유아가 최소 1회 이상 급식을 실시하고 있지만, 유통기한 경과, 비위생적 취급 등 식중독과 직결되는 항목 다수가 위반되고 있어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시설에 대한 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6월에는 경기 안산 소재 한 유치원에서 원아 69명, 가족 1명, 종사자 1명 등 총 71명이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에 감염되고, 입원치료를 받은 36명의 중 유아 17명이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5세 이하에서 발병률이 높고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신장에 치명적이다.
이에 정부는 ▲보존식 보관의무 확대 및 처벌 강화 ▲유치원‧어린이집 전수점검 실시 ▲영양사 배치강화 ▲식재료 관리 및 정보제공 등 제도개선 등을 통해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위생‧안전관리를 내실화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50인 미만 유치원‧어린이집 보존식 보관을 의무화한다. 보존식은 식중독 발생 등에 대비해 집단급식 시설에서 의무적으로 음식 재료를 남겨 144시간 동안 보관하는 것으로, 식중독 발생시 원인 규명에 필요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존식 보관의무는 50인 이상 유치원‧어린이집만 해당된다.
그러나 올해 6월 기준 전체 유치원‧어린이집 수(4만4162개)의 절반 이상이 50인 미만(2만8209개) 시설인 만큼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7월 6윌~31일간 진행한 전체 유치원‧어린이집 전수점검 결과, 보존식 미보관 50인 미만 시설은 79%에 달했다.
이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학교급식법 및 영유아보육법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보관의무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0인 이하 소규모 어린이집은 대부분 영아가 이용해 식사 준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보존식을 추가로 준비하는 어려움을 감안, 권고 수준으로 운영한다.
식약처는 보존식 보관의무 위반시 처벌을 강화하도록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현재 보관의무가 적용되는 50인 이상 시설도 미보관 위반율이 41%에 달함에 따라, 과태료 상향을 통해 집단급식소 운영자의 의무 준수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식중독 발생 유치원도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고 역학조사 당일인 6월 16일 채워 넣은 정황이 확인됐다.
이에 식약처는 미보관이나 폐기‧훼손 시 과태료를 최대 500만원까지 부과한다. 기존에는 1차 50만원(미보관) 또는 30만원(폐기‧훼손), 2차 100만원 또는 60만원, 3차 이상 150만원 또는 90만원을 부과했지만, 이를 1차 300만원, 2차 400만원, 3차 이상 500만원으로 상향한다.
아울러 정부는 전수점검 결과에서 나타난 유통기한 경과, 비위생적 취급 등의 위반은 관리자의 관심‧관리 부족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 위생관리 담당 영양사 고용을 확대하고 법적 기준을 체계화한다는 방침이다.
점검 결과를 보면 50인 이상 집단급식소는 169개 시설에서 보존식 72건, 건강진단 34건, 유통기한 경과 26건 등 총 174건을 위반했고, 50인 미만 시설은 784개 시설에서 유통기한 경과, 비위생적 취급 등 889건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인 위생관리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체 시설의 90%가 영양사 배치의무가 없는 100인 미만 시설이고, 영양사가 배치된 시설도 공동영양사 제도를 통해 영양사 1명이 최대 5개 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영양가가 없는 어린이 급식시설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등록 및 현장지원 등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교육부는 100명 미만 소규모 사립유치원 급식관리 지원을 위해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교육(지원)청에 전담인력을 배치한다.
또 공동영양사의 관리 기준을 1인 5개 시설 담당에서 최대 2개 시설로 제한하고, 200인 이상 시설은 단독 배치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연 1회 이상 전수점검도 추진한다. 유치원은 교육(지원)청 주관으로 연 2회 이상 점검에 나서고, 그 중 1회는 식약처와 합동점검 한다. 어린이집은 복지부와 식약처, 지자체가 연 1회 이상 합동점검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전국 어린이 급식시설 수가 많기 때문에 전수점검은 1년 내내 진행될 것 같다. 점검일자 등 세부 내용은 추가 논의를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식중독 발생시 원인규명률을 높이기 위해 조사범위를 확대한다. 현행은 보존식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식재료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한다. 현재 종사자 현황파악, 장소 현황, 조리장 및 시설 위생 점검 등 10개 항목에 대해 현장조사를 나서지만, 개선안에는 식재료 공급업체 판매기록 확인 및 최초 환자 발생시점 조사 등이 추가돼 총 17개 항목을 조사한다.
아울러 집단급식소의 식재료 검수 단계부터 조리‧배식까지 모든 과정을 HACCP 수준으로 관리한다. HACCP은 식품의 원료 관리 및 제조, 가공, 조리, 유통의 모든 과정에서 위해요소를 확인‧평가해 관리하는 제도다. 유치원은 학교급식법을 적용해 관리하고, 어린이집은 식재료 안심구매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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