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추천 절차에 들어가면서 향후 일정을 모두 공개하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거대 금융지주 회장의 추천 절차가 ‘깜깜이’ 과정으로 진행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KB금융의 이같은 변화가 금융권 전체로 번져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1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회의를 개최하고 11월 20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규 회장의 후임 인선을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첫 회의에서는 회추위는 회장 후보 추천 일정과 후보자군 평가 및 선정 방법 등 구체적인 절차를 확정했다.
주목할 점은 이날 마련된 추천 절차와 관련해 KB금융은 다음날인 13일 이를 세부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금융그룹의 최고 자리인 회장 추천과 관련해 KB금융은 물론 여타 금융그룹들이 폐쇄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일례로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2019년 차기 회장 추천 당시 회추위 개최 또는 진행 등에 대해 모두 비공개했다. 마지막으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최종 회장후보로 선정했다는 내용만 발표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추천된 과정도 비슷하다. 심지어 KB금융도 윤종규 회장의 2연임이 결정된 지난 2017년 차기 회장 추천 과정에서는 추천 일정을 제한적으로 공개했다.
결국 금융지주들의 회장 추천 일정 비공개 관행은 ‘깜깜이’ 회장 추천이라는 지적을 불러왔다. 소액주주, 노동조합,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눈을 가리고 후보자에 대한 ‘공개 검증’ 기회를 박탈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 이러한 ‘깜깜이’ 추천 지적은 최고경영자의 장기 집권이라는 논란과도 연결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KB금융은 이같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8월 28일, 10인의 후보자군(Long List) 평가 실시, 4인의 회장 최종 후보자군(Short List) 확정 ▲9월 16일, 4인에 대해 인터뷰를 통한 심층평가, 최종 후보자 1인 확정 ▲9월 25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1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 등 세부 일정을 모두 공개한 것이다.
KB금융은 차기 회장 추천 과정의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일정을 공개했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차기 회장 추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차단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일정을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추천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B금융이 회장 추천 절차에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B금융 노조협의회는 13일 “3년 전 윤종규 현 회장의 연임 때 현 회장을 제외한 다른 두 명의 후보들이 즉시 고사해 ‘요식행위’라는 비난에 시달렸다”며 “후보자군에 대해 먼저 회장 추천 절차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회추위의 검토와 평가, 투표가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KB금융의 회장 추천 일정 공개가 여타 금융그룹으로 확산된다면 다음에는 하나금융그룹에서 이러한 변화를 기대해 볼 만 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되는 만큼 하나금융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차기 회장 추천을 위한 과정에 돌입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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