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주영 기자 =알렉산드르 루카셰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일주일 이상 계속되는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에 밀려 대선 재실시와 대통령 권련 분점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화상회의를 열 계획이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수도 민스크의 민스크바퀴견인차량(MZKT)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권력을 공유할 용의가 있고, 이를 위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면서도 “시위대의 압력에 밀려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권력 재분배를 위한 헌법 개정 가능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이미 선거를 치렀다”며 “내가 죽기 전까지는 야당이 원하는 새 대통령 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 후 새로운 헌법에 따른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고 헌법적 권한을 넘겨주겠다”며 “국민투표 후 새 헌법에 따라 국민이 원한다면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지난 1994년 대통령과 의회가 권력을 나눠갖는 헌법을 마련했으나 1996년 루카셴코 대통령 주도로 실시한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을 몰아주는 순수대통령제를 채택했다.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 국민투표는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에 나눠주는 개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개헌이 이뤄지기 전까지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의사는 없음을 명백히 밝힌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오는 19일 벨라루스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화상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셸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벨라루스 국민들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고 그들의 지도자를 자유롭게 선출할 권리가 있다”며 회의 소집 사실을 알렸다.
이같은 EU의 움직임은 러시아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측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 EU 한 외교관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벨라루스 시위대에는 연대의 뜻을 전하고, 러시아에는 벨라루스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지난 14일 벨라루스의 대선 결과 조작, 시위대 탄압, 폭력 행위 등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제재해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제재 명단을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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