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회장 3연임 두고 ‘잡음’…“근로 복지 후퇴” VS “반대 위한 반대”  

KB 회장 3연임 두고 ‘잡음’…“근로 복지 후퇴” VS “반대 위한 반대”  

직원 6000명 3연임 반대
"단기성과 위주 경영에 사라진 직원 존중"
"요식행위로 진행되는 선임 절차 불공정"
또 다른 직원들
노조 행보 "반대 위한 반대" 지적도 나와

기사승인 2020-08-21 05:00:03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56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영하는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내부 잡음이 나오고 있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상당수 직원들이 현 회장의 3년 연임을 반대하고 나선 것. 

연임을 반대하는 직원들은 현 회장의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이 근로 복지를 후퇴시켰으며, 현재 진행되는 회장 추천 절차가 ‘요식 행위’에 불과하고 주장한다. 다만 다른 한편에서는 3연임을 반대하고 나선 이들을 대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섰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28일 회의를 개최하고 10인의 후보자군(Long List) 중 최종 후보자군(Short List) 4인을 가려낼 예정이다. 이어 9월 16일 심층 인터뷰를 거쳐 차기 회장 후보 확정에 나선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는 윤종규 현 회장이다. 그는 2014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2017년 연임에 성공해 6년째 KB금융의 회장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연임에 성공할 경우 3연임에 성공하는 셈이다.

그는 취임 이후 현대증권(KB증권)ㆍLIG손해보험(KB손보) 등 굵직한 M&A를 통해 KB금융의 몸집을 불리고,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하면서 그룹의 수익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2분기에는 순이익 9818억원을 달성해 업계 1위로 평가받는 신한금융을 뛰어넘는 성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윤 회장을 뺀 나머지 후보로는 양종희 KB손보 사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KB노동조합협의회는 20일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6000명 넘는 직원들, 3연임 반대”

KB금융지주와 자회사 직원들 다섯명 가운데 한명은 이러한 윤 회장의 3연임을 반대했다. 

KB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12일 소속 조합원 1만7231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단 하루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대상 조합원의 45.7%인 7880명이 참여해 응답자의 79.5%인 6264명이 윤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에서 반대 이유로는 ▲‘단기성과 위주로 업무강도 심화’(32.2%)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관련 의식 부족’(30.6%)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18.6%) ▲‘채용비리 의혹 등 윤리 의식이 부족’(18.5%) 등의 대답이 나왔다.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 위원장은 “돌이켜보면 윤 회장이 KB금융의 최고경영자로 군림했던 지난 6년은 각종 의혹과 잡음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며 "친인척 채용비리, 노동조합 선거 개입, 극단적인 노사관계로 인한 총파업 등을 겪었고 수익 우선만 내세운 그는 직원들의 노고를 철저하게 비용으로 인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3연임에 반대하는 많은 직원들이 ‘단기성과 위주로 직원 업무강도 심화와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관련 의식 부족’을 꼽은 것이 명확히 이를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경영진이 “고령(임금피크) 직원들에게는 노사합의를 위반한 일선 창구 발령으로 모욕감 주기 퇴직을 강요하고, 신입직원들에는 페이밴드(Pay-Band)를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적용해 기본급 인상을 제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0일 집회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는 유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차기 회장 선임 절차 불공정하다”

특히 KB 내부에서는 이번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회장에 도전할 의사도 없는 인물들을 후보로 선정해 들러리로 내세우면서 회장 선임 절차가 ‘요식 행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KB노협은 먼저 3년 전 회추위에서 윤 회장을 포함한 총 3명을 최종 후보자군으로 선정했지만 이 가운데 윤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이 자리를 고사하면서 ‘셀프 연임’ 지적이 있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회추위가 꾸려진 뒤 수차례에 걸쳐 후보자군을 대상으로 회장 추천 절차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류 위원장은 “회추위는 ‘후보자군의 회장 추천 절차 참여 의사 확인’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윤 회장의 3연임을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추위는 ‘오는 28일 4인의 회장 최종 후보자군을 선정한 뒤 참여 의사가 없는 경우 차순위자를 참여시키는 방식을 택했다’고 해명하지만 이럴 경우 극단적으로는 1위와 8·9·10위가 경쟁하는 등의 의미 없는 회장 추천 절차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유력 내부 후보들 사이에서는 ‘우리 회장님의 경쟁구도를 위해서 의지와 상관없이 들러리용 최종 후보자군이라도 참여를 해야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KB금융의 주력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의 일선 지점 모습
“반대를 위한 반대, 조직 먼저 생각해야” 

KB 내부에서 노조를 중심으로 윤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실제 설문을 통해 윤 회장의 3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힌 6000여명의 직원은 KB 전체 직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노조가 조직의 발전 보다는 스스로의 발언권이나 협상력 증대를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선 것으로 지적한다.

KB금융 자회사 일반 직원은 “회장 선임 시기만 되면 노조의 목소리가 커진다”며 “평소 사측과 협상력이 열위에 있는 노조 입장에서 차기 회장 선임 시기를 이용해 발언력을 높이는 것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의 행동의 지나치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며 “일단은 조직이 먼저인데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모습에 실망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번 설문조사에서 KB노협에 참여하는 KB금융 소속 10개 노조 지부 가운데 KB손해보험지부, KB카드지부, KB손해사정지부가 불참해 노협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회추위 측은 “지난 6월 노조측을 대표하는 4개 계열사의 노동조합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의견을 청취했다”며 “당초 10개 지부가 참여하기로 했던 설문조사에서 노조측 대표로서 지난 회추위와 면담에 참석했던 2개 지부를 포함 총 3개 지부가 불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후보군에 대한 참여의사 확인은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후보부터 평가 의사를 확인한 후 수락한 4명의 최종후보를 추릴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