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주영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종합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21일 오전 7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응급실 전공의는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 전공의 1만6000여명 중 1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은 지난 7일 집단휴진, 14일 대한의사협회의 1차 전국의사총파업 참여에 이어 세 번째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이날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22일 3년차 레지던트, 23일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가 업무에서 손을 뗀다. 응급의학과는 연차와 관계없이 이날부터 모두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파업이다.
서울 시내 주요 병원은 이날 예정돼있던 수술을 연기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대응 작업을 마쳤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외래 진료와 입원 등의 예약을 줄여서 받았고, 삼성서울병원은 급하지 않은 외과 수술을 연기했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수술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의료계는 마취과 전공의 업무 공백으로 수술 건수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마취과 전공의는 수술 중 마취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환자 상태를 살피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응급 수술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케줄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마취과 전공의 부재에 따라 30여개 수술방 운영을 일부 감축하면 수술 역시 30∼40%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 축소 등 최악의 상황도 가정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일부 전공의들이 배치되는데, 전공의 업무 공백이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선별진료소도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꼼꼼히 대응하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대전협은 단체행동 중에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후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선별진료소 등 방역 인력이 필요한 곳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파업에 필수 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턴 중에서 필수 이수 과목인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인턴도 당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휴가 영향 등으로 평소보다 외래 진료가 많은 상황이어서 전공의 파업과 관계없이 진료 대기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파업 이전 금요일 외래진료는 7300명 정도였으나 이날은 약 8000명이 예약돼있다”며 “휴가 시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등의 정부 정책에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무기한 파업 이후에는 사직서 제출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립‧사립대학병원협회 등은 “코로나로 인한 국가적 재난에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지금 당장은 서로 한발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등의 폭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은 지난 19일 정부 측과 가진 대화에서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추진, 첩약(한약) 건강보험 시범 적용 등 4대 악(惡) 정책을 철회한 이후 함께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자”고 강경한 요구를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정책을 백지화하라는 것이다.
의대생들도 이에 동참해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취소하고 “1년 후 재응시를 감수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대학원으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19일 “오후 3시까지 국가고시 응시를 신청했던 의대 재학생 3036명 가운데 2804명(92%)이 응시 취소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jyle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