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희란 기자 =수도권 내 연이은 교회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교회와 기독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독교 반공주의”라는 표현을 쓰며 일부 기독교 세력을 비난하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진 전 교수는 “교회와 목사의 명예를 위해 신도들의 건강과 생명을 이렇게 위험으로 내몰아도 되는지. 사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일부 교회가 벌금을 감수,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는 내용의 뉴스를 공유하며 “말이 안통하는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흔히 종교가 반사회성을 띠면 그때 이른바 ‘사이비 종교’가 된다”며 “한국 개신교의 일부는 이미 사이비 종교가 됐다는 뜻이다. 신천지보다 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연 이런 사람들하고 공동체 안에서 같이 살 수 있을까. 뭔가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잇따른 교회발 코로나19 감염 소식에 네티즌도 교회에 비난을 쏟았다. 이들은 ‘예배를 강행한 교회를 이해할 수 없다’, ‘광신도 집단’, ‘이기적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며 기독교 세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권모(24·여)씨는 “교회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다”며 “이제 교회를 다니는 사람을 보면 어울리기 조금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교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에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18일 “최근 몇 교회가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교인들과 지역사회에 감염확산의 통로가 된 데 대하여 깊이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교총은 “국내 10만 7000여 종교단체 가운데 최대 7만 5000여 개 처에 이르는 기독교회는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감염의 통로가 되고 말았다”며 “이는 대부분 주요 교단의 행정력 범위 밖에서 독립해서 운영하는 작은 모임들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측의 정치적인 행보로 인한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교회와 목회자, 교인들이 스스로 자신이 한국교회라는 인식을 갖고 코로나19 방역에 솔선하여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한 기독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들께 죄송합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구차한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기독교인으로서 이번에 벌어진 모든 일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금의 교회는 병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인인 한 사람으로서 모든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해당 청원은 21일 오전 11시 기준 59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빗발치는 비난에 기독교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기독교인 이모(30)씨는 “교회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확진자가 나오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면서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다른 교회까지 싸잡아 욕을 먹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독교인 안모(21·여)씨는 “이제 어디가서 기독교인이라고 얘기하기도 껄끄럽고 눈치보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모(24)씨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한국 교회의 풍토가 문제의 원인”이라며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교회라 할지라도 ‘우린 정상이야’라는 태도가 아닌 함께 문제의식을 느껴야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대형교회에 다니는 박모(28)씨는 “참석 중인 교회에서 지난 16일 교회 내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문자가 왔다”며 “교회 공지 문자에서는 ‘같은 날 교회 카페는 문을 열지 않았고, 사람 출입도 없었다’고 했는데 그날 교회 카페는 정상 영업했고,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전했다. 박씨는 “교회는 왜 다른 종교보다 욕을 먹는지 돌아보고 좀 더 투명하고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0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 결과 전날 대비 신규 확진자는 324명으로 늘어 누적 확진자는 총 1만6670명이다. 신규 확진자가 일 300명을 돌파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166일 만에 처음이다.
지난 12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해당 교회 관련 감염 사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날 중대본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기준 해당 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739명이다. 이날 중대본은 이틀간 서울시와 경찰청 합동으로 해당 교회의 교인 명단 확보를 위한 추가 역학조사를 실시했으나 교회측의 비협조로 추가적인 자료는 얻지 못했다.
이외에도 인천 남동구 열매맺는교회에서 15명,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에서 2명이 추가로 확진되는 등 교회에서의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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