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P2P사칭사기의 무서운 점은 피해자들이 가해자가 되버리는 것입니다. 주동자들은 잠적해버리고 투자자들끼리 폭탄돌리기를 하면서 서로 물어뜯게 만드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 기존 다단계 사기보다 더 불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대건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상준 변호사는 몽키레전드, 드래곤스타 등 온라인 ‘P2P(개인간 거래)투자’ 업체들은 100%가 다단계 사기업체라고 단언했다. 온라인 ‘P2P사칭 다단계 사기’ 업체들을 전문으로 법률상담 및 소송을 전담하는 한 변호사는 약 1800여명의 피해자들과의 상담 및 사기업체들과의 법적 싸움을 이어왔다.
한 변호사는 “P2P투자라고 하지만 이들의 본질은 결국 ‘다단계 사기’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투자자들은 해당 사기업체들에 관심도, 투자도 절대 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쿠키뉴스는 27일 서초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대건에서 한 변호사와 만나 사기업체들의 행태와, 위험성에 대해 들어봤다.
◆P2P사칭사기, 피해자들이 가해자로 변해…피해규모 수백억 추산
-P2P사칭 사기업체들이 어떻게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그 위험성은 어느정도인가
▶우선 이들이 P2P(개인간 거래)를 표면으로 내세우지만, 어디까지나 ‘폰지사기(다단계)’가 뿌리임을 알아야 한다. 사기업체들이 표면상으로는 P2P를 매우 강조하면서 투자자들끼리 서로 거래를 진행하고, 업체는 수수료를 받을 뿐이라고 홍보하면서 부가적으로 추천인 제도를 운영하면서 투자자를 끌어올 때 소소한 이익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사기업체들에게 있어 수수료는 별로 중요한 사항도 아니고, 실제로 수수료를 수취하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들은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규모를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둔다. 초기에는 투자자들에게 실체가 없는 가상의 아이템을 사고 팔면서 실제로 수익을 제공한다. 이때부터 수익을 본 투자자들은 투자규모를 키우기 위해 주변 가족, 지인들에게 소개해주기 시작한다.
대체로 사기업체들은 길게는 6개월, 평균 3개월 정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규모를 키운다. 어느정도 투자자금들이 몰렸다 싶으면 가상의 아이템을 일괄적으로 풀어버리고, 잠적해버린다. 투자자들은 하등 가치도 없는 가상의 아이템을 얻게 되고, 투자금을 모조리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무서운 점은 피해자들이 ‘가해자’로 변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투자금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의 아이템을 넘겨버린다. 피해자가 또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것이다. 주모자는 도망쳤는데, 피해자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드는 ‘늪’이 되버리는 것이다.
-P2P 사기업체들로 인해 금융투자자들의 피해규모가 얼마정도 되는가
▶사기업체들의 서버를 압수해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정확한 피해규모를 추산할 수 없다. 하지만 P2P 빙자 사기 중 가장 큰 규모였던 몽키레전드 한 건만 놓고 봤을 때 약 5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드래곤스타나 크립토캐슬, 호텔킹 등 잠적한 업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보니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 본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업체들은 순식간에 업체 이름과 판매하는 가상 아이템만 바꿔서 2차, 3차 피해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보니 이름만 바꿔서 또다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다.
차라리 예전에 기승을 부렸던 오프라인 다단계 업체들이 나아보일 정도로 이들은 악질적이다. 최소한 오프라인 다단계 업체들은 실제 물건이라도 있고, 현실에서 활동하다 보니 책임자를 찾을 방법이 있다. 하지만 P2P 빙자 사기업체들은 대포통장, 대포폰을 활용해 정체조차 알기 힘든데다가 피해자들은 아무 가치조차 없는 가상의 아이템만 손에 남는다. 여기에 투자자들끼리 거래하다 보니 피해자들과 피해자들 사이 분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더 문제라고 본다.
-피해 사례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알려줄 수 있는가
▶피해 접수를 받기 시작하면서 부산, 제주도 등 전국에서 연락이 왔었다. 약 1700명의 피해자들과 상담을 진행했는데, 두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몽키레전드에서 자신과 가족을 포함해 약 1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A씨가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금액을 반환받으려면 피해자를 업체로 끌어들인 추천인을 찾아 반환소송을 걸고, 그 사람을 소개한 윗선을 찾아내는 식으로 최종 총책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A씨의 추천인이 친한 지인이다 보니 지인이 범죄자가 될 것을 두려워해 끝내 소송을 포기해버렸다. 이게 무서운점이다. 총책을 찾으려면 필연적으로 추천인(지인)들을 법정에 끌어내야 하는데, 지인들의 피해를 우려해 소송을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60대가 넘어가는 취약계층 서민인 B씨가 있다. 이들은 주식이나 펀드투자와 같은 금융투자를 어려워하고, 잘 모르는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쉽게 현혹돼 피해를 입었는데, B씨는 노후자금을 끌어들여 투자했는데 투자금을 모조리 날렸다. P2P 사기업체 피해자들은 돈을 잃는 수준이 아니라 가족 자체가 무너지고, 인간관계가 무너진다.
◆금융당국 방치 속 피해 ‘눈덩이’…“근절 노력 반드시 필요해”
-P2P 빙자 사기업체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P2P빙자 사기업체 이외에도 ‘FXOO’, ‘OO리딩방’ 등 다양한 금융사기 업체들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등 온라인 오픈채팅방을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은다. 온라인 금융 사기 업체들의 유형은 대부분 똑같다 보니 업체 이름은 다를지라도 보여주는 행태는 거의 똑같다. 이들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할 때 차단해버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차단이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되야 한다는 점이다. 불법사금융도 그렇지만, 사기꾼들을 사전에 근절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따라서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먹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피해자들을 끌어모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사기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FX마진거래 최초 주동자는 법적 구형을 받았는데도 유사업체들이 난립하고 있고, P2P 빙자 사기업체도 그렇다. 금융당국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기 피해를 방지하려면 어떤 행동이 필요한가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P2P 빙자 사기업체를 조심하라며 보도자료 및 투자자주의 경고를 발령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나버린다. 사기업체들은 금융사들이 아니다 보니 더 관여할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셈이다.
몽키레전드와 같은 P2P사기나, FX마진 등은 정식 금융이 아니지만, 금융을 사칭한 다단계이기 때문에 금감원이나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카오톡 등의 온라인 채팅방을 차단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도움이 필요하니 방통위와 접촉하고, 수사기관에 정보를 넘기는 식으로 유기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금감원에서도 할 일이 많고, 인력도 부족한 것을 안다. 그렇기에 외부 전문가들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우리 같은 변호사들이 있다. 업체가 잠적하면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하기 전 찾아오는게 다단계 전문 변호사들이다. 금감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정보공유를 진행하고, 방통위에 요청해 본격적인 피해를 양산하기 전에 채팅방을 차단하고, 경찰에 관련 정보를 전달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2P 사기업체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당부한다면
▶P2P 사기업체에 모르고 피해를 입는 투자자들도 많지만, 알면서도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생각으로 초기에 진입, 이익을 보고 빠져나오려고 하는 분들도 있다. 혹은 피해자들 중 OOO스타에서 피해를 보고 다른 업체에서 만회를 하려고 하는 투자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끝내 사기업체들은 잠적하고, 피해자들을 양산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들은 지인, 친척, 가족들까지 끌어들여 무리하게 투자를 하다 투자금은 물론 인간관계마저 파탄나는 끔찍한 피해를 입고 만다. 그 어떤 금융사기보다 악질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선 해당 사기업체들에게 관심도, 투자도 절대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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