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개그맨이 써서 그런지 한동안 인기 판매대열에 올랐던 그 책은 사실 고정관념을 깨자는 책이었다. 책의 목차는 ‘참으면 터지니 뒤에서 씹어라. 마음을 비우지 말라. 미운 아이는 한 대 더 때리고 원수는 미워해라. 싸가지는 필요 없고 신호는 무시하라. 솔직한 놈은 패가망신하니 잘한 거짓말이 낫다’는 등의 것들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독자 후기엔 놀부 마인드처럼 대놓고 뻔뻔한 ‘그 목차만 읽어도 어쩐지 후련했다’고 적혀있었다.
그 말은 언뜻 보면 많은 사람이 그토록 비겁하게 막무가내로 살고 싶어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참고 있던 사람만이 그렇지 않은 상황에 후련함도 느낄 테니 사람들은 모두 약속과 규칙을 지키느라 애쓰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서로에 대한 신의가 있는 세상, 그런 깨달음은 내게 위안이고 희망이었다.
난 그 책을 읽지 않은 것처럼 비록 즐거운 인생을 위해서일지라도 비겁해지는 일은 택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 풀기 먹인 이불처럼 썰렁하고 내내 오만상을 찌푸리고 산다 해도 나는 결코 내가 생각하는 경계를 낮추거나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제법 떳떳하게 살고 싶었고 어쩌면 그래서 즐거운 인생 대신 미간의 주름만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끔은 그 때문에 억울해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거의 다 그렇게 어려움 속에서도 자제하고 배려하며 살고 있었다는 믿음은, 흔들리던 나의 선택을 바로잡아 주곤 했다.
요즘은, 질병과 폭우와 태풍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위기와 혼란 속에서 다시 삶에 대해 돌아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갈망하며 산다. 그러나 각자 생각과 취향이 다르듯, 저마다 행복의 본질은 달라 그 의미와 가치도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니 바라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다르다. 그럼에도 웃음이 그렇듯 행복은 모일수록 커지고, 함성이 그렇듯 의미와 가치는 공감을 받을수록 견고해진다. 결국 모두의 평안 속에 나의 행복도 있다.
조금만 참고 양보하면, 조금만 이해하고 배려하면 세상은 더 즐겁지 않을까. 조금만 목소리를 낮추면 세상은 더 평화롭지 않을까. 모두가 조금만 고개를 숙이면 세상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견디고 이겨내 이 어려운 시간이 빨리 지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