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암각화 주변 발자국 주인은 중생대 파충류 ‘코리스토데라’

울주 암각화 주변 발자국 주인은 중생대 파충류 ‘코리스토데라’

국립문화재연구소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에 발표
세계 최초 완전한 형태로 남겨진 코리스토데라 발자국 보행렬 화석

기사승인 2020-09-04 17:45:33
노바페스 울산엔시스(Novapes ulsanensis) 발자국을 남긴 코리스토데라 복원도<자료=문화재청>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서 발견된 4개의 발자국은 중생대 수생 파충류인 ‘코리스토데라’의 발자국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8년 6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주변 학술발굴조사 중 발견된 ‘새로운 형태의 4족 보행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의 주인공이 신생대(마이오세 전기)에 멸종한 수생 파충류 ‘코리스토데라(Choristodera)’라고 4일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관련 내용을 지난 2일 국제 저명학술지(SCI)인 네이처(Nature) 자매지‘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발견 당시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난 18개의 발자국(앞, 뒷발자국의 평균 길이는 각각 2.94㎝, 9.88㎝)이 하나의 보행렬로 발견돼 주목 받았다. 이는 국내에서 보고된 4족 보행 척추동물의 발자국 화석들(공룡, 익룡, 거북, 악어, 도마뱀과 기타 포유동물의 발자국 화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였다. 

조사지역의 항공사진 (a: 발자국 화석 산출 위치, b: 반구대 암각화) <자료=문화재청>
연구 결과, 전기 백악기 지층에 남겨진 이 발자국은 중생대(쥐라기 중기)에 출현해 신생대(마이오세 전기)에 멸종한 수생 파충류 ‘코리스토데라(Choristodera)’의 발자국으로 확인됐다. 이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이자 세계에서는 두 번째 보고다.

지난 199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처음 보고된 코리스토데라의 발자국 화석(캄프소사우리크누스 파르페티/Champsosaurichnus parfeti)은 매우 불완전한 2개의 발자국으로 앞‧뒷발의 구분이 모호하고 코리스토데라의 발자국인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앞발 9개, 뒷발 9개)은 완전한 형태로 남겨진 코리스토데라 발자국 보행렬 화석으로는 세계 최초다.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코리스토데라의 보행 특성과 행동 양식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화석으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중생대는 쥐라기 중기(약 1억7400만년 전)에서 신생대 마이오세 전기(약 1600만 년 전)이다.

이번에 발견된 코리스토데라 발자국은 화석이 발견된 울산의 지역명을 넣어 ‘노바페스 울산엔시스(Novapes ulsanensis)’로 명명됐다. 문화재청은 그 의미는 ‘울산에서 발견된 새로운 발자국’이라는 뜻이다.

노바페스 울산엔시스(Novapes ulsanensis) 발자국 화석. (a: 현장 발견 모습, b: 3D 스캔 데이터 이미지, c: 발자국 보행렬 모식도) <자료=문화재청>
‘노바페스 울산엔시스’를 남긴 코리스토데라는 생존 당시 몸길이 약 90~100㎝ 정도로 추정되며, 앞‧뒤발가락이 모두 5개이고 긴 꼬리를 갖고 있었다. 뒷발에는 물갈퀴가 있어 물에서도 잘 적응하여 살았던 것으로 보이며, 보행 특성에 있어서도 공룡이나 도마뱀과는 달리 악어처럼 반직립한 걸음걸이로 걸었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노바페스 울산엔시스’는 중국의 전기 백악기 지층에서 보고된 골격화석 ‘몬쥬로수쿠스(Monjurosuchus)’의 발 골격구조와 형태 및 크기가 일치하고 있어 유사한 종류의 코리스토데라가 남긴 발자국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로 우리나라 중생대에는 공룡‧익룡‧새‧도마뱀‧악어‧거북‧포유류 등의 척추동물들과 함께 새로운 수생 파충류 ‘코리스토데라’가 서식했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를 통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일원은 탁월한 가치를 가진 문화유산 외에도 빼어난 자연경관과 중생대의 공룡‧새‧수생 파충류 화석 등 세계적인 자연유산이 공존하고 있는 복합유산 지역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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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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