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논란 무죄’ 조영남 “조수 공개 모집도 계획 중”

‘대작 논란 무죄’ 조영남 “조수 공개 모집도 계획 중”

대작 논란 무죄 판결에 “국가가 나를 화가로 키워준 것 같아”

기사승인 2020-09-08 15:57:12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5년 동안 국가가 나를 키운 것 같다. ‘너, 나이 들고 목소리도 잘 안 나오니까 이제 그림 그려서 먹고 살아라’고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 대작(代作) 논란으로 수년간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은 지난 시간을 이렇게 돌아봤다. 그는 8일 오후 서울 도산대로 피카 프로젝트에서 열린 회고전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 개막 기녀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나를 ‘아마추어 작가’, ‘미술 애호가’라고 생각하는데, 국가가 나를 ‘이야기가 있는 화가’로 만들어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영남은 보조 작가가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만 해 자신의 작품으로 팔아 이득을 챙긴 혐의(사기)로 2016년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조영남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선 무죄 판결이 나왔고, 대법원이 최근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주위에선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왔으니 승복하고 방송 출연하자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내 평생 사기꾼이 되는 것이라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공개변론 당시 ‘화투를 갖고 놀면 패가망신한다는데, 내가 너무 오랫동안 화투로 놀았던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던 그는 “내 평생 가장 수치스러운 기억이다. 창피해 죽겠다”며 웃었다.

“누구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법정 공방을 벌이던) 5년 동안의 설움이 북받쳤던 것 같다.”

그는 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미술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을 펴냈고, 지난달 12일부터 충남 아산 배방읍에 있는 아산갤러리에서 ‘현대미술가 조영남의 예술세계’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대작 논란으로 작품 활동을 멈춘 지 5년 만에 여는 개인전으로, 내년 8월까지 이어진다.

조영남은 해당 전시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옮길 보조 작가를 공개적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대작 논란에 대한 정면 돌파로 보인다. 그는 “내년 봄쯤 조수를 공모해서 열 명 가까이 뽑으려고 한다. 조수에게 지시해서 그림을 그리게 하는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라면서 “갤러리와 상의해서 조수의 인건비나 작업 매뉴얼도 보여주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달 1일 개막한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 전에도 조수가 그린 작품이 전시된다. 조영남이 초안을 그린 뒤 조수에게 카피하게 한 ‘대한 시인 이상을 위한 지상 최대의 장례식’(2008), 조영남의 아이디어와 형식을 조수가 그리게 한 ‘극동에서 온 꽃’(2011) 등이다.

이번 전시에선 조영남이 독학으로 미술을 시작했던 1960년대부터 최근 작품까지를 10년 단위로 나눠 선보인다. 피카 프로젝트는 “작가의 깊은 삶 가운데서 미술로써 조영남을 바라보고자 기획된 전시”라며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조영남의 작품 변천 과정에 주목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영남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화투 그림은 물론, 초창기 자주 그렸던 초가집 그림이나 바구니를 재료로 재현한 태극기 그림 등이 관람객을 만난다.

조영남은 “영감 걱정은 없다”고 했다. 그만큼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샘솟는다는 뜻이다. 간담회 전날에도 사랑과 기타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단다. 글자로 ‘LOVE’를 쓰고 그 옆에 기타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 이상을 주인공으로 한 책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상·피카소·말러·니체·아인슈타인가 그룹사운드를 결성해 공연을 연다는 내용의 픽션이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미술 대표였고, 용문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음악부장이 아니라 미술부장을 했다. 쭉 그려 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릴 것 같다. (어떤 작품을 보여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모른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그릴 뿐. 하지만 영감이 바닥날 걱정은 없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이은호 기자, 피카 프로젝트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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