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봤더니]“폭우에 집 무너져”...서울 ‘사직2구역’ 이번엔 시름 가실까

[들어봤더니]“폭우에 집 무너져”...서울 ‘사직2구역’ 이번엔 시름 가실까

조합, 재개발 위한 관리처분인가 올해 추진
“이제는 서울시 놓아줄 때 되지 않았냐”
서울시 ‘옛 한양도성 터’ 보존...재개발 반대 입장 고수
“수도권 주택공급에 맞춰 재개발 사업 추진했으면”

기사승인 2020-09-09 05:11:01
▲서울 종로구 사직터널을 지나게 되면 사직 2구역 재개발 지역이 등장한다. 
▲사직 2구역 위치도 /사진=서울시 클린업 시스템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태풍과 함께 찾아온 강풍이 서울을 강타한 다음날(8일) 서울 종로구 소재 재개발구역인 ‘사직 2구역’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번 폭우에도 집이 한 채 무너졌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주변 주민들이 너무 놀랐다”며 “이제는 서울시가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냐”고 토로했다.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 인근 재개발구역인 사직 2구역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다. 당초 2009년 정비구역지정과 함께 재개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받던 곳이다. 하지만 고 박원순 시장이 ‘옛 한양도성 터’라는 이유로 사직2구역을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하면서 재개발이 10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사직 2구역은 지역 주민들이 고 박원순 시장의 직권해제 조치에 대해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다시 정비구역으로 묶인 상태다. 지역주민들은 장기간 지연된 사업에 공석이된 조합 임원을 새로 선출하는 등 조합을 추스르며 재개발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사직 2구역 내 노후 주택들
▲누수 문제를 막기 위해 지붕에 비닐을 씌워 놓은 주택 모습

“이제는 재개발 추진했으면 좋겠다”


이날 둘러본 사직 2구역의 건물들은 상당히 노후한 모습을 보였다. 폭우가 내릴 때마다 집이 한 채씩 무너진다는 지역 주민의 푸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 서울 도심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좁은 골목과 곳곳에 자리 잡은 폐가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노년의 남성은 재개발이 빨리 진행되길 희망했다. 그는 “문화재를 아끼는 것도 좋지만 동네가 너무 노후화돼서 무너지는 집들이 나온다”며 “처음에는 마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찬성했지만 이제는 차라리 재개발이 빨리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년의 여성도 비슷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그는 “이곳에서 이사 갈 곳도 없는데 집은 계속 낡아 간다”며 “재개발이 진행되면 세입자에게 임대주택 입주권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 입주권 하나보고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직 2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클린업 시스템
▲사직 2구역 배치도 /사진=서울시 클린업 시스템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 추진할 것”


조합 측은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 추진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관리처분인가는 재개발의 마지막 관문으로, 인가에 성공할 경우 재개발이 안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한다.

조합 측 관계자는 “그동안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이곳을 떠난 사람도 있고, 새로 온 사람도 있어 조합 임원진에 공석이 많다”며 “조합장, 이사, 감사 등 임원진을 새로 뽑아 등기를 내는 작업이 9~10월 중에 마무리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임원진 등기가 나면 바로 관리처분인가에 나설 계획으로,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합 측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주택공급 방안과 관련해 “정부가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거기에 맞춰 사직 2구역 등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며 “굳이 많은 세금을 들여 골프장 등에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청 /사진=쿠키뉴스 DB

“재개발 반대 주민도 있다. 대안 제시할 것”


사직 2구역의 재개발을 반대해 온 서울시는 끝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합 측의 사업 추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재개발의 대안을 마련해 주민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사직 2구역 내에는 아직까지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며 “지난해 말 고 박원순 시장과 사직 2구역 주민들이 만난 자리에서 시장이 주민들에게 재개발의 대안을 마련해 제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민들 가운데 대안을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 현재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조만간 마련된 대안을 가지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직 2구역 내 캠밸 선교사 주택 /사진=서울시  

“재개발 아직 넘어야할 난관 많이 남아있다”


사직 2구역 인근 공인중개소에서는 재개발 사업에 대해 아직 넘어야할 난관이 많이 남아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고객이 문의한다면 재개발이 당장 진행된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서울시가 구역 내 곳곳에 사들인 주택을 조합이 다시 매입해야 하는 등 여러 난관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사업이 지연되면서 불어난 사업비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이라며 “앞서 시공사로 롯데건설이 선정됐는데 중간에 대여금 등을 두고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어 시공사를 그대로 가느냐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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