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Heaven, 1997)’과 행복지수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Heaven, 1997)’과 행복지수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0-09-09 16:45:01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정말 천국이 존재한다면 거기에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는 아이들일 것이다. 성경에서는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 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고,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들어 갈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마치 우리의 1960년대를 연상시키는 궁핍함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음은 물론, 사랑이 가득 차 보는 이들에게 행복한 마음을 안겨준 ‘천사’와도 같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바로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Heaven, 1997)>이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알리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가게에 들렀다가 여동생 자라의 방금 수선한 한 켤레뿐인 분홍색 구두를 잃어버린다. 알리는 동생에게 새 연필을 주고 설득한다. 결국, 오전반인 자라가 알리의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다녀오면 오후반인 알리가 그 신발을 몰래 갈아 신고 학교에 간다는 남매사이의 비밀스러운 약속이 맺어진다. 남매는 엄마 아빠한테 들키지 않고, 학교에도 지각하지 않기 위해 아슬아슬한 달리기를 이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1학년생 자라는 자신의 구두를 자신보다 가난한 소녀가 신고 있음을 알게 되지만, 구두를 돌려달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마침내 어린이 달리기 대회 3등 상품이 운동화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알리는 대회에 참가한다. 그러나 결과는 1등. 실망을 하여 집에 돌아온 알리는 밑창이 뚫린 헌 운동화로 달리기를 하느라 퉁퉁 붓고, 물집투성이가 된 발을 물속에 담근다. 그러자 주홍빛 금붕어들이 알리의 노력과 아픔을 치유해 주는 것처럼, 발을 서서히 감싼다.

한편, 어렵게 번 돈으로 아빠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두 남매의 새 신발이 사가지고 온다. 가난한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고 버려도 될 만큼 낡아빠진 운동화를 번갈아 가며 신고 달렸던 그 순진무구한 남매에게 새 신은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새 신발이라는 희망적인 미래는 착한 부모가 만들어 준다.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문에는 “자 여기서부터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문구가 써있다. 즉,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곳이 지옥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똑같은 환경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천국 또는 지옥이 될 수 있다. ‘happiness(행복)’는 옳은 일이 자신 속에서 일어난다는 뜻의 ‘happen’에서 나온 말이다. 희망을 언제나 잃지 않을 때 행복해진다는 뜻이다. 세상은 생을 바쳐 끝까지 꿈꾸는 자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꿈을 한 때 반짝 꾸다 말면, 그야말로 ‘happening’(우발적인 사건, 미 속어로는 마약의 뜻)으로 끝나지만, 끝까지 꾸면 마침내 현실이 된다.

한국은 1인당 GDP가 세계 28위이며,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어 섰지만, 청년실업으로 많은 젊은이가 좌절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최고인 우리나라는 행복한 국가일까?

2020년 3월 20일(현지 시간)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0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행복지수 10점 만점에 5.872점을 받아 61위에 올랐다. SDSN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건강 기대수명,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미래에 대한 불안감 모두 7가지 지표를 측정해 행복지수를 산출했다.

한국은 건강 기대수명(10위)과 1인당 GDP(27위) 부문에서는 상위권에 올랐으나, 관용(81위), 부정부패(81위), 사회적 지원(99위)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140위)에선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에 의하면, 경제적 부가 행복의 유일한 척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화 속, 거듭된 곤란한 사건과 가난 속에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아이에게 자신의 구두를 되돌려 달라고 하지 못했던 아이, 동생에게 운동화를 주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 오빠, 잃어버린 샤프를 돌려주는 소녀… 그들이 행복한 천국의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칸트의 말처럼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지는 것이 행복”이기 때문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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