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재난 정보에서 ‘지방’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의 보도와 정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성토다.
10일 경북 울릉군청 등에 따르면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등으로 인한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울릉군은 지난 3일과 지난 7일 연이어 몰아닥친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마이삭으로 인한 피해만 476억원으로 추산됐다. 울릉 사동항과 도동항의 방파제가 유실됐다. 울릉일주도로 등 도로시설 14곳과 도동항 여객선터미널 등 공공시설 62곳도 피해를 입었다.
큰 피해에도 불구, 울릉군은 주목받지 못했다. 일부 언론은 뒤이은 태풍 하이선이 동쪽으로 틀자 “우리나라 관통을 피해 다행”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동해상에 울릉도와 독도 등이 있음에도 간과한 것이다.
태풍 보도에서 울릉도가 배제된 것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는 지난 6일 “육지에서 마이삭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안도하고 있을 때 울릉도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며 “그럼에도 이런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이선이 내륙을 비켜 동해로 빠져나간다고 육지 사람들이 안도할 때 울릉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떤다”고 전했다. 이어 “섬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면서 “언론도 정부도 섬 사람들에게 좀 더 큰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9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과 함께 울릉군을 찾아 태풍 피해 현장을 살폈다. 정 총리는 “매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난 보도 등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섭섭함이 여전히 토로됐다. 울릉군민 고모(57)씨는 “울릉도에서는 태풍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동해안만 벗어나면 우리나라를 지났다고 보도한다. 울릉도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자조할 정도”라며 “이번 마이삭 보도를 보고 실망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울릉군민 A씨도 “이제는 섭섭하지도 않다. 우리가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니냐”며 “주민끼리는 농담을 섞어 울릉공화국으로 독립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외 받는다고 느끼는 것은 울릉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월 부산 폭우 피해, 지난해 강원지역 산불, 지난 2016년과 2017년의 경북 경주·포항 지진 등에서도 재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강원 고성·속초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지만 언론의 늑장 보도가 논란이 됐다. 화재 발생 시각은 오후 7시15분이었지만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같은 날 오후 10시53분에서야 특보를 시작했다.
경남에 거주하는 조모(34)씨는 “7월 집중호우 때 인명피해가 났음에도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없어 답답했다”며 “지방에서 발생한 재난의 경우 언론사가 직접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 제보 영상에만 의존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대구에 거주하는 최모(33)씨는 “지역 방송과 신문이 있지만 다른 언론에서 지방의 태풍 피해를 자세히 다뤄주지 않아 속상했다”며 “지방을 소외하는 보도가 만연하다 보니 지방 사람들조차 무의식적으로 ‘서울의 피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언론의 수도권 집중 보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태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수도권에 큰 피해가 생기더라도 수도권 소재 언론사들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폭염 관련 보도도 한 예다. 대구·경북에서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을 때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가 서울이 더워지자 언론에서 ‘전기요금 조정’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보도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지해야 한다. 서울이 아닌 피해지역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언론사도 지역 보도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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