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시민 불편 알지만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
시공사 "민주노총 요구 수용 어렵지만 추후 검토는 해볼 수 있어"
성남시와 경찰 "시민들 민원 쇄도하지만 딱히 강제할 방법 없어"
시민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시끄러워 못살겠다. 집단행동 강력 대처해야"
[성남=쿠키뉴스 박진영 기자] 경기도 건설노조가 성남시 복정정수장의 '고도정수 처리시설 및 정수장 개량공사' 현장 앞에서 노조원들의 채용을 요구하며 장기간 1인 시위에 돌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건설지부(건설노조)의 한 노조원은 공사현장 출입구 앞에 3시간 가량 노조용 차량을 주차하고 1인 시위를 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시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차량에 설치된 3대의 스피커에서 민중가요만 시끄럽게 흘러나왔다.
요구사항을 적은 피켓 등을 들고 하는 일반적인 1인 시위가 아니다. 시위자는 차량에 탑승해 있으면서 차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소음 또는 진로방해 등을 유발해 상대를 압박하는 시위 형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1인 시위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2주째 오전 6시경부터 9시경까지 매일 3시간 가량 진행 중이다. 건설노조는 지난달 27일 집회신고를 하려 했지만, 경찰은 코로나19 재확산과 그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근거로 집회를 불허했다.
그러자 이 건설노조는 지난주부터 1인 시위에 돌입했고, 이로 인한 소음 및 교통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건설노조는 이 현장 시공사인 ㈜건영에 자신들의 조합원 채용을 강권하면서 이런 주장의 근거를 성남시 조례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성남시 조례에 따르면 시 공사에는 보통 인부의 50%를 지역 건설근로자를 고용토록 하고 있다"면서 "건영은 현재 성남시민이 아닌 모두 타지역 근로자를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공사 현장이 잘 안돌아가 현재 노조원 약 330명이 일을 못하는 실정"이라며 "시위를 통해 지역 주민에 불편을 준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일당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우리로서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집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끝나면 집회신고를 하고 집단행동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건설노조 관계자가 말한 성남시 조례는 '성남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다. 이 법 제10조 제1항은 "시장은 시 공사에 참여하는 업체 및 지역 건설산업체가 지역 건설근로자와 지역 건설기계를 우선 고용 또는 사용하도록 권장하여야 한다"로, 제2항은 "지역 제한 입찰공사에 참여한 업체는 공사에 투입되는 보통 인부의 50% 이상을 지역건설근로자로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로 적시돼 있다.
하지만 성남시는 시 공사에 무조건 지역 주민을 고용토록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계과 관계자는 "예전부터 시 공사에 지역 근로자를 우선 고용토록 권장하는 '공사계약 특별조건'이 있었는데, 이재명 성남시장 당시 지역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이 특별조건을 강화해 50% 이상의 지역 근로자를 우선 채용토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이런 조건이 건설업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현재는 지역주민 우선 고용을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노조측 요구에 건영 관계자는 "현재 계약된 업체와 공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계약업체의 인력을 줄이거나 해지하고 건설노조측의 인력을 사용하기란 어렵다. 지난주에는 한국노총 관계자가 와서 똑같은 요구를 하고 돌아갔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공사의 진행상황에 따라 인력이 필요할 수 있으니, 그때 가서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남시 복정정수장 '고도정수 처리시설 및 정수장 개량공사'는 현재 1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기존 구조물의 철거와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공사에 투입되는 공사비는 총 1051억 원으로 오는 2023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bigm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