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단어’ 된 추미애의 검찰개혁?…일각서는 동력 상실 우려도

‘마법의 단어’ 된 추미애의 검찰개혁?…일각서는 동력 상실 우려도

기사승인 2020-09-15 14:28:32

▲추미애 법무부 장관 /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이 불거지며 ‘검찰개혁’ 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이 의혹에 대한 답변 대신 검찰개혁 강조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추 장관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추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휴가 특혜·청탁 의혹 등이 거론됐다. 추 장관은 ‘자진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라는 야당 측의 질문에 “검찰개혁은 제게 부여된 과제”라며 “운명처럼 수용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앞서 서씨가 군 복무 시절 특혜성 휴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추 장관 측에서 아들 서씨의 자대배치 변경을 요구하고 통역병 파견을 청탁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추 장관은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답할 때마다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해왔다. 지난 13일 SNS에 올린 아들 의혹 관련 첫 입장문에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다. 먼저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일각의 의심대로 불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 중이다.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인 책무다. 기피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추 장관은 지난 7일에도 아들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보고 등을 받지 않겠다”면서 “법무부 수사권개혁 시행 준비 TF를 구성했다. TF 출범을 계기로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흔들림 없이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뿐만이 아니다. 추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를 할 당시 보좌관을 지낸 A씨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 군부대에 전화한 적이 없다”며 “본질은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국민일보 DB
이에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의견을 내고 있는 인사들은 검찰개혁 단어를 희화화해 비판했다. 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는 SNS에 추 장관의 첫 입장문을 패러디한 글을 게재했다. 서 교수는 “여보, 내가 오늘 아침에 급히 나가다 현관문을 부쉈어. 먼저 여보한테는 미안하다는 말을 올릴게”라면서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현관문은 나중에 고쳐도 되지만 검찰개혁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어. 여보도 잘 알고 있지? 기필코 완성하자. 검찰개혁”이라고 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도 “검찰개혁이 대깨문의 토템이 된 느낌이다. 문재인 교황청(청와대)에서 발급하는 면죄부라고 할까”라면서 “그것만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욕먹을 일이 없다. 다 용서가 된다”고 꼬집었다. 대깨문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 박태현 기자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다. 검찰의 권한을 축소, 분산시키는 것이 골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힘써왔다. 검찰개혁 논의는 일부 진전됐다. 지난해 국회에서 공수처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도 지속되고 있으나 시행령 관련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고위 인사에서 문재인 정부 측근 관련 수사를 한 이들은 대부분 승진 배제됐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수사한 이들은 사실상 좌천됐다. 추 장관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도 대부분 잘려 나갔다. 반면 추 장관과 문 대통령과 대학 동문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측근은 요직에 올랐다. 정권 친화적 검찰을 만드는 것이 목표냐는 비판이 나온다.

▲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와 교육수호연대 등 학부모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을 처음 제기한 당직 사병 현모씨의 실명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검찰 고발 및 추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 앞에 놓인 신발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장거리 등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주최 단체는 설명했다. 박태현 기자 
여론도 친화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 등 4개사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3차 결과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의 검찰개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52%는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졌다’고 답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 32%, 모름 또는 무응답 16%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6일부터 같은 달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국내 통신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응답률은 31.1%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가중치산출 및 적용방법은 2020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의 상세자료는 NBS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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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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