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2만원 지급, 철회? 유지? 좌충우돌 국회

통신비 2만원 지급, 철회? 유지? 좌충우돌 국회

예결위 전문위원, “통신사 손실보상 우려”에, 범야권 반대 목소리 높아
여당도 절충안 검토나섰지만, 정부는 난색… 관건된 독감백신수급현황

기사승인 2020-09-15 17:44:19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의사를 피력하며 자리를 비운 가운데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민주당을 제외한 범야권이 일제히 반대의사를 피력한데 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실의 검토결과도 부정적으로 나왔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됐던 우려까지 합쳐지며 정책노선의 선회움직임도 감지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15일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정부재정이 통신사에 귀속된다”며 전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는 ‘이동통신요금 지원 사업’을 재고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를 완화하려는 정책취지가 통신사의 손실보전으로 오용돼 오히려 훼손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석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가 요금을 우선 감면하면 정부가 사후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세금 9389억800만원을 편성했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통신사의 미납·연체금액 등 손실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가구당 월 평균 통신비 지출도 줄고 있다며 필요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기통신사업법 등 각종 법률에 의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통신비 감면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만큼 통신사의 일부 또는 전부의 감면조치 이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지급방식의 조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통신보조금 지원을 위해 임시로 설치하게 되는 ‘통신비 감면 지원 임시 센터’의 운영규모도 축소해야한다고 봤다.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된 4차 추가경정예산안 중 여야간 핵심쟁점이 된 전국민 통신비 지원을 알리는 한 통신사의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 또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자료’에서 “사업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사업집행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면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지급에 따른 형평성 문제 발생가능성을 언급했다. 통신비 감면지원 임시센터 운영규모나 지급과정에서의 행정부담문제도 함께 우려했다.

통신비 전국민 지급에 대한 범야권의 반대입장과도 유사하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통신비 2만원 뿌리며 지지율 관리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제정신 가지고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 또한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은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할 예산으로 ‘독감백신 무료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코로나19 대응과 민생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이고 공평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야당의 주장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무료 와이파이(WiFi)망 확대라는 새로운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분위기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절충안에 대한 언급이 흘러나오고 있다. 통신비 지원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되 야당에서 주장하는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위한 사업비 또한 반영해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백신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전국민으로의 확대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절충안이 처리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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