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이 났어요...탈출은 권력순입니다

[기자수첩] 불이 났어요...탈출은 권력순입니다

불이 났어요...탈출은 권력순입니다

기사승인 2020-09-18 05:40:01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멀쩡할 것 같던 대형 상가 건물에 불이 났다. 건물이 전소될 만큼의 대형 화재에 출구가 무너져 내리고, 대피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상가에 쇼핑하러 왔던 시민들이 모두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그 상황. 그런데 사실 이 건물에는 대형 재해 발생 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고, 그 사실은 건물의 주요 관리자들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관리자들은 좁고 비밀스러운 비상구를 통해 쇼핑객 중 지위가 높고 부유한 재력가들만 빼내 함께 대피했다.

이같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사모펀드 투자에서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 재력과 권력 순으로 피해를 피할 수있는 기회. 금융 범죄나 자산부실화 등으로 환매중단 문제 발생 전후로, 돈과 권력을 가진 소위 ‘VIP’ 고객의 자금은 사전에 마련된 ‘비상 탈출구’로 빠져나가고 일반 투자자만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라임과 옵티머스 등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잇따랐다. 환매중단된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폐쇄형으로 설계됐다. 사모펀드에는 개방형과 폐쇄형이 있는데, 폐쇄형의 경우 통상 만기 이전에 자금을 뺄 수 없다. 판매시에 그렇게 안내가 된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폐쇄형 사모펀드에서도 자금을 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판매사·운용사·수탁사간에 중도 환매와 가능 규정을 넣으면 폐쇄형 사모펀드여도 자금 중도 환매가 가능하다. 또 펀드 설정을 취소하거나, 수익자간 매매를 통한 방식도 있다. 환매 방법을 문의한 대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혀 안내되지 않은 내용이다.

판매사들은 판매에는 적극적이었지만, 고객 자금의 위험 구제에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폐쇄형 펀드지만 돈을 빼면 안 되냐는 문의가 빗발쳤지만, 이같은 내용은 안내되지 않았다. 취재 중 이같은 부분을 지적하자 한 증권사 직원은 “PB들이 사모펀드 실무 직원이 알만한 그런 내용까지 몰랐을 뿐더러, 사실 회사가 난처한 상황이 될 테니 적극적으로 알아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시 말해, 적극적으로 판매할 이유야 있지만 난처한 과정을 거쳐 적극적으로 돈을 돌려 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판매사와 운용사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이 방식이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관리가 필요한 VIP 고객만 이 방식을 안내 받고 자금을 빼내는 경우다. 부당하지만, 벌어질 수 있는 일. 취재에 협조했던 업계 관계자들과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이같은 문제 조사와 해결에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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