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지사업부 분사를 결의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LG화학은 오는 10월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분할 방식은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신설 법인을 만들고 이 신설 법인을 LG화학이 100% 소유하는 물적분할이다.
물적분할을 기존 주주가 아닌 기존 회사가 신설 법인의 소유권을 가지는 것으로 존속 법인과 분할 법인을 일정한 비율로 나누는 인적불할과 구분된다.
LG화학은 물적분할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둔다. 예컨대 LG화학 주식을 10주 가지고 있는 주주의 경우 물적분할을 하면 계속 LG화학 주식 10주를 가진 것이지만 기존법인과 분할법인이 8대 2로 나뉘는 인적분할을 하면 LG화학 8주, 신설법인 2주를 갖게 되는 방식이다. 즉, 신설법인의 주식을 회사가 갖느냐, 주주가 갖느냐의 차이다.
이 때문에 주주들은 LG화학이 주주가 아닌 회사 입장만 고려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LG화학은 전날 종가기준 전일대비 4만2000원(-6.11%) 내린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사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아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LG화학이 분사하면 우리가 투자한 이유와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되고 이로 인해 얻게 되는 손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다"면서 "최소한 이런 결정이 나기 전에 주주들에게 알려야 했고 주주들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증권가는 이번 물적분할을 계기로 배터리 사업부문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게 돼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증권사는 LG화학의 목표주가를 100만원 선으로 잡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물적분할 이후 기업가치 훼손요인은 없다"면서 "기존 주주입장에서는 인적분할 시 장점인 선택적 매매를 통한 LG배터리 지분 직접보유, LG배터리의 빠른 상장에 따른 가치평가 정상화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심정적으로 느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의 가치(EV/Capa)는 CATL대비 약 40~50%가량 할인되어 있다"면서 "배터리사업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최초의 투자포인트와 석유화학 업사이클(Up-Cycle)을 믿는다면 분할방식을 막론하고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으면 된다"고도 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재무적투자자(FI) 유치나 기업공개(IPO)를 하면 배터리 사업은 현재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될 전망"이라며 "여러 사업부와 혼재되면 저평가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분사 후 중국 CATL 등 글로벌 전지 기업과 직접 비교해 제대로 된 가치가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 LG화학 주가가 내재한 배터리 가치는 CATL 대비 58%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기술력, 매출, 이익 성장성은 CATL보다 우위에 있으나 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을 고려해도 저평가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이 예상을 웃돌고 선·후발 배터리 업체 간 격차가 확대하는 가운데 분사 후 배터리 사업 가치가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