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 A씨가 북측에 피격된 사건을 두고 여야 반응이 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건에 대한 진실을 숨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방부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47)는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지도관리단 해양수산서기로 지난 21일 소연평도 남방 2km 해상에서 실종됐다. 당시 A씨는 어업지도선에 승선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어업지도선에는 서해어업지도관리단 공무원 등 15명이 타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 황희 국방위 민주당 간사는 오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국방부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대표는 “북한군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고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또 북한을 향해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남북 정상간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실 관계가 최우선이지만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위해를 가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제 2의 박왕자 사건’이라 규정하고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왕자 사건’은 지난 2008년 7월 11일 북한 금강산으로 간 민간인 박왕자씨가 북한 군의 초병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박씨는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북한군 해안초소 초병이 등 뒤에서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은 박왕자씨 사건 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전혀 없다”며 “우리 국민이 피살당한 중대한 사건인데도 정부가 이렇게 깜깜이로 모를 수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그동안 핫라인 등 소통 채널은 허구였나”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피살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기호 의원은 “(실종 사실이) 지난 21일 12시 51분 신고됐고 언론 보도를 보면 20여척이 동원돼 수색했다고 한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에게 철저하게 비공개로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종전 선언 관련 내용을 (유엔총회) 연설에 포함했는데 이 연설로 (실종 사실을) 은폐한 정황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배준영 대변인도 논평에서 “21일 실종된 공무원이 피살됐다는 사실이 23일 대통령의 유엔연설 이후에 알려졌다는 점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며 “정부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제안 이벤트에 국민의 생명을 뒷전으로 밀어 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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