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사적처벌’ 논란을 부른 디지털교도소의 접속이 결국 차단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4일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재심의 결과 ‘접속차단’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디지털교도소 측이 앞선 시정 조치를 따르지 않았고 무고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방심위는 지난 14일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는 유지하되 불법 정보 17건에 대해 접속을 차단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성범죄자 알림e에 게재된 내용을 다른 사이트에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 등이었다. 그러나 디지털교도소 측은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방심위는 재심의 끝에 4 대 1로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다.
방심위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목록과 함께 차단 조치를 요구한 상황”이라며 “수일 내에 사이트 차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3월부터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n번방·박사방 운영진 등의 신상을 공개해왔다. 이외에도 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사건 피의자의 신상과 법원 선고 결과 등을 상세히 게재했다.
그러나 형이 확정된 이들뿐만 아니라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 또한 올라와 논란이 됐다. 무고한 이들이 범죄자로 소개되고 있다는 질타가 나왔다. 실제로 성범죄자로 소개된 한 대학교수와 일반인은 범죄와 관련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8일 돌연 문을 닫았다. 이후 지난 11일 2기 운영자라고 밝힌 이가 등장해 “법원의 판결과 언론 보도자료, 누가 보기에도 확실한 증거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성범죄자 등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운영 재개를 선언했다.
경찰은 디지털교도소 운영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2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 A씨를 검거했다.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2기 운영진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주요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다. A씨의 혐의와 동일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달 말 쯤 항공편이 마련 되는대로 A씨를 송환할 계획이다. 2기 운영진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라며 “서버가 해외에 있더라고 위법한 경우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신상 등을 온라인에 공개해 처벌받은 사례는 있다. 지난 2016년 일반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처벌받은 ‘강남패치’가 대표적이다. 강남패치 운영자는 SNS를 통해 일반인의 실명·사진과 함께 유흥업소 종사, 학교폭력 가해 경험 등을 게재했다. 결국 강남패치 운영자는 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당시 재판부는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남패치 운영자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피해자와 합의한 점이 고려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반면 재판에 회부됐으나 공익성을 인정받은 경우도 있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지난 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검찰은 원심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잠정 중단됐다.
다만 디지털교도소 운영진의 경우, 공익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영진은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 대상 선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 허위 사실을 게재해 무고한 이에게 피해를 입힌 정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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