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2020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은 여러모로 특별함이 많이 있다. LoL e스포츠의 10주년에 치러진 이번 롤드컵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개최도 불투명했지만, 라이엇게임즈 측의 세심한 준비로 큰 문제없이 순항중이다.
10회차를 맞이한 만큼 히스토리도 쌓였다. 선수 개개인과 연관된 배경과 관계 등 흥미로운 요소도 많이 축적됐다. 롤드컵을 맞아 쿠키뉴스가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신기하고 잡다한 2020 롤드컵 TMI(Too Much Information)를 소개한다.
▶ 이제는 완벽한 세대교체?… 역대 우승자 없는 미드라인
LoL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무엇일까. 매번 바뀌는 메타에 따라 각 라인의 무게감은 바뀌지만, 결국 핵심은 미드라인이라는 것에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동의할 것이다. 실제로 LoL 역사를 풍미한 강팀들은 모두 강한 미드라이너를 보유하고 있었다. 강한 미드라이너들은 협곡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9번의 롤드컵 동안 소환사 컵을 들어올린 미드라이너는 7명. '엑스페케' 엔리케 세데뇨 마르티네스, '토이즈' 커티스 라우, '페이커' 이상혁(총 3회), '폰' 허원석, '크라운' 이민호, '루키' 송의진, '도인비' 김태상까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에서는 이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 신흥강팀들이 전통의 강호를 대체하면서 전반적으로 새 얼굴이 등장한 점도 있지만, LoL e스포츠 역사의 한페이지를 수놓은 미드라이너들이 모두 빠졌다는 점은 새삼 놀라움을 자아내게 한다.
▶ 우승팀 탑·미드는 한국인… 올해도 이어질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LCK(한국)는 최정상으로 군림했다. 이후 LPL(중국)에서 2년연속으로 소환사 컵을 들어올리긴 했지만, 변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롤드컵 우승팀의 탑·미드라이너는 모두 한국인 선수라는 사실이다.
특히 LPL 전성시대가 열린 2018년에도 한국인 탑·미드라이너는 항상 롤드컵 내내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8년 '더샤이' 강승록과 '루키' 송의진은 IG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8 롤드컵 당시 강승록은 탑라이너가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캐리력을 매경기마다 보여줬다. 송의진은 라인전과 교전에서 말그대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완성형 미드라이너의 정점에 섰다.
지난해 SKT T1(現 T1), IG, G2를 제치고 소환사 컵을 들어올린 FPX 역시 한국인 탑·미드라이너를 보유했다. '김군' 김한샘은 팀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를 자처했다. 김태상은 기존의 정상급 미드라이너와는 다른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광범위한 챔프폭과 뛰어난 교전유도와 오더 능력을 모두 갖춘 김태상은 FPX에게 롤드컵 우승을 선물했다.
다만 올 시즌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한국인 탑·미드라이너를 보유한 해외 팀들이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중국의 탑 e스포츠(TES)의 경우에는 한국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LCK 팀들이 소환사 컵을 들어 올리면 기록은 이어진다.
▶2020년에도 롤드컵 테마곡 징크스 유효할까
롤드컵에는 수많은 징크스가 존재한다. 상당수의 징크스가 깨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롤드컵 테마곡' 징크스.
라이엇게임즈는 매년 롤드컵 공식 테마곡을 선보였다. 통상적으로 전년도 우승팀의 이야기, 혹은 강팀들의 스토리를 다룬 영상이 동반된다. 이 가운데 선수들이 등장하는 영상은 2015년 이그나이트(Ignite), 2018년 라이즈(Rise), 2019년 피닉스(Phoenix)다.
'이그나이트' 이후 묘한 징크스가 생겼다. 영상에 등장하는 선수와 팀은 롤드컵 우승을 하지 못했다. '라이즈'에는 삼성갤럭시(現 젠지 이스포츠) '엠비션' 강찬용, G2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 RNG '우지' 지안즈하오, SKT T1 이상혁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중 우승자는 없다.
2019년 공개된 '피닉스'에는 유력한 우승후보 팀의 미드라이너가 등장한다. 영상의 주인공은 SKT T1 이상혁, IG 송의진, G2 '캡스' 라스무스 뷘터다. 하지만 당해 소환사 컵을 들어올린 팀은 영상에 등장하지 않은 FPX였다.
올해 공개된 '테이크 오버(Take Over)'에는 각 시즌 우승팀의 핵심 선수가 등장한다. 이 가운데 올해 롤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는 TES '재키러브' 유웬보 한 명 뿐이다. TES의 우승여부에 롤드컵 테마곡 징크스의 존폐 여부가 달렸다.
▶ 개최국의 비극, 올해는 깨질까?
롤드컵을 대표하는 또하나의 징크스가 있다. 2015년부터 롤드컵 개최국에 속한 리그의 팀은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롤드컵은 유럽, 중국, 미국, 한국 등 4대리그가 속한 지역에서 열려왔다.
2014 롤드컵은 대만, 싱가포르, 한국 공동개최로 진행됐다. 조별리그 이후부터는 한국에서 단독으로 열렸다. 당해 결승전에서 맞붙은 팀은 삼성 화이트(現 젠지 이스포츠)와 로얄클럽이다. 삼성 화이트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개최국 소속 리그는 한 번도 소환사 컵을 들지 못했다.
유럽에서 치러진 2015 롤드컵 결승에는 SKT T1과 쿠 타이거즈가 진출했다. LCS EU(現 LEC, 유럽) 소속 프나틱과 오리진은 4강에 만족해야 했다. 미국에서 열린 2016 롤드컵은 SKT T1과 삼성갤럭시가 결승에서 맞붙었고, 락스 타이거즈가 4강에 진출하는 등 LCK에게는 역대급 롤드컵이었지만, LCS NA(現 LCS, 북미)에겐 비극이었다. LCS NA 소속 C9이 8강에 진출했지만, CLG와 TSM은 본선진출도 실패했다.
2017년 중국에서 열린 롤드컵 역시 LCK 소속 두 팀이 결승무대를 밟았다. 다만 LPL 소속 RNG와 WE가 나란히 4강에 들면서 체면치레에는 성공했다. 한국에서 열린 2018 롤드컵은 아직도 LCK팬에게는 생각하기 싫은 대회다. 디펜딩 챔피언 젠지는 조별리그에서 1승 5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8강에서 C9에게 세트스코어 3대 0 완패를 당했다. IG를 상대로 LCK 1시드 KT롤스터가 분전했지만, 승리를 따내진 못했다.
유럽에서 열린 2019 롤드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G2였다. 자국리그와 미드시즌 인비테이션(MSI)을 모두 차지한 G2는 롤드컵 우승을 통해 2016년 SKT T1이 달성한 트리플 크라운을 노렸다. 하지만 정작 소환사 컵을 들어올린 것은 FPX였다. 올해 롤드컵은 상하이에서 열린다. 공교롭게도 올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TES와 징동게이밍은 LPL 소속이다. LPL이 3연속 우승으로 개최국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