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외줄타기 삶’…아동주거권 어디에

청소년 ‘외줄타기 삶’…아동주거권 어디에

아동 주거권 보장 토론회 개최
"아동 주거권 보장돼야"

기사승인 2020-10-06 06:05:01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임대차법 개정에 힘 입어 ‘아동 주거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와 국회, 서울시 등 지자체는 주거빈곤 아동가구를 대상으로 주거시설 공급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을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의 주거복지 정책에서 벗어나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까지 해당 서비스를 확대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거빈곤 상태에 있는 아동은 전국 52만가구, 94만명이다. 5년 전 자료가 가장 최근 자료라는 점에서 아동가구는 주거권에 있어 여전히 소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시점 서울의 경우 14.2%가 주거빈곤 상태에 있었다. 서울 내 100명 중 14명은 주거빈곤 상태라는 것. 또 서울시가 2019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25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가구 아동의 75.5%가 현재의 주거환경으로 인해 질병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안세진 기자


정부·지자체, 아동주거권 논의 ‘활발’

뒤늦게 정부 차원에서 ‘아동주거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동주거권이란 주거권 4요소를 충족하지 못한 주거시설에서 살고 있는 만 18세 미만의 아동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주거권 4요소란 ▲구조적·물리적으로 적합한 주거 ▲주거비의 적절성 ▲점유의 안정성 ▲지역사회의 통합과 참여를 의미한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아동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아동 주거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2020~2022년 주거수준 개선이 필요한 3만 가구를 대상으로 수요를 발굴하고 이주를 지원한다. 여기에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공급, 금융 지원, 주거급여 지원에서 정착과 돌봄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책지원의 핵심 대상을 다자녀 가구, 보호 종료 아동, 비주택 거주가구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아동권리보장원과 ‘보호종료아동의 주거 및 자립지원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LH와 아동권리보장원은 ▲맞춤형 주거지원 ▲주거지원 정보제공 및 교육지원 ▲자립지원을 위한 서비스 활성화 및 홍보 ▲그 외 보호종료아동 지원관련 업무에 대해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도 지난 7월 ‘서울특별시 아동 주거 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주택공급 사업 및 주택개량 지원, 임대료·임대보증금 등 주거비 지원, 아동 주거빈곤 가구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최저 주거기준 미달 아동 가구의 발굴 및 지원, 보호종료아동 주거지원, 위기상황에 있는 아동 가구를 위한 긴급 또는 대안적 주거 지원, 주거복지 종사자 및 대상자에 대한 주거복지 교육훈련 사업 등이다.

국회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최근 ‘아동의 빈곤예방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아동주거빈곤예방법)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아동의 빈곤예방과 지원 법률의 목적에 ‘주거’ 문제를 명시하는 것이다.

사진=안세진 기자


“안전과 위생 문제에 노출된 아이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5일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아동 주거권 보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최근 아동주거권에 대한 논의가 임대차법이라는 큰 범위 내에서 함께 이뤄지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송아영 사회복지학과 교수(가천대)는 “2020년이 돼서야 주거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아동 복지에 대한 얘기도 이뤄질 때라고 본다”며 “그동안 아동 특성에 맞춰 정책을 고민한 적이 없었다. 아동가구 특성과 유형을 고려해 정책을 설계하거나 공공임대를 디자인한 경우가 없는데, 아동주거권의 시작은 여기부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주거 빈곤 아동을 만나봤다. 그중 한 아이가 사는 주택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집밖을 나서서 가야했다. 아이가 어린 경우 보호자와 동반해야 하며, 겨울에는 안전상의 문제에도 노출되어 있었다”며 “주거 빈곤 아동가구의 경우 안전과 위생의 문제에 있어 취약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안세진 기자


“청소년이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위험한 삶이 문제”
시설에서의 주거실태도 좋지 못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10일까지 청소년복지시설에서 거주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주거환경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었으며, 잠을 자거나 공부하기에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또 사생활이 보장되느냐는 질문에는 70% 이상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소년법’상 우범소년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가정 밖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우서 주거지원 정책 대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미성년자가 주거 불안이라는 위기 상황에 직면할 경우 이로 인해 각종 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부정적인 사회화 경험을 조기에 차단하고 최소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우선 주거지원 정책대상 집단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