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금융당국에서 시중은행들에게 신용대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사이 인터넷은행, 핀테크, 2금융권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대출’ 고객들을 빠르게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은 주택을 구입하는 등 큰 규모의 돈을 빌릴 때 은행을 선호하지만, 은행에서 대출 문턱을 올리는 사이 보험사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내리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대출잔액은 144조4861억원으로 올해 초(142조1062억원)와 비교하면 5.15%(2조3799억원) 증가했습니다. 이는 생보사들의 대출 증가 추세 중 역대 최대치인데요, 지난해의 경우 한 해동안 1.3%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이같은 보험사들의 대출 증가세의 이유는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거의 동일한 대출금리, 낮은 규제장벽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들의 주담대 금리는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8월 기준 생보협회와 손보협회의 공시자료를 보면 보험사들의 주담대 최저금리는 2%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은 2.3%, 삼성생명은 2.38%로 집계됐으며, 삼성화재의 주담대(원리금 분할상환, 아파트 기준) 변동형 최저금리는 2.04% 불과하죠. 이는 국내 5대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신규취급액 기준)인 연 2.23~3.89%보다 더 낮은 수치입니다.
여기에 보험사들의 주담대는 시중은행들의 주담대보다 규제장벽이 낮습니다. 현재 시중은행 주담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40%인 반면 보험사의 DSR은 60%입니다. 보험사는 1금융인 시중은행과 달리 2금융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동일한 DSR규제는 2022년이 되야 적용되죠.
DSR은 차주의 연간 총소득에서 전체 대출금의 원금과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입니다. 단순하게 비교하더라도 시중은행보다 같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한다고 가정하면 20%p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시중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대출금리를 제공하고 있으니, 부동산 ‘패닉 바잉’(불안심리로 인한 구매) 등으로 ‘영끌 대출’ 금융소비자들이 몰리는 이유입니다.
또한 보험사들의 주담대는 대출 조건 및 금리 할인 조건들이 시중은행에 비해 간편한 편입니다. 은행에서 주담대를 최저 금리로 이용하려면 우량 담보 및 높은 신용등급과 소득을 기본으로 ▲예·적금 예치 ▲신용카드 실적 ▲자동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반면 보험사들은 대부분 기본조건만으로 금리 할인 조건을 만족하거나 간단한 편입니다.
보험사들의 주담대 규제는 당장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DSR의 경우 2금융권도 2021년 50%, 2022년 40%로 내려가게 되죠. 주담대를 고민하고 있하고 있다면, 지금 보험사가 제공하고 있는 주담대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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