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미국의 유명 슈팅게임 ‘포트나이트’는 최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사라졌다. 수익에서 30%의 수수료를 떼가는 인앱결제에 반기를 들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퇴출된 것이다. 이는 기업에서 느끼는 인앱결제에 따른 부담과 주요 앱마켓의 막강한 권한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달 29일 구글은 급작스러운 기자간담회를 갖고 게임에만 강제했던 인앱결제를 음악, 동영상, 웹툰 등 디지털콘텐츠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국내 앱마켓에서 점유율 60%이상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인앱결제가 강제돼 사실상 수수료가 30% 인상되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구글 인앱결제가 곧 도입될 거라는 추측은 무성했지만 구글 측에서 명확화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내 앱 생태계가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곳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소속된 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다. 인기협은 인앱결제 강제가 발표된 이후 성명서를 내고 인앱결제 강제가 공정하지 않다고 비토했다.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앱 사업자와 이용자를 종속시키려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더구나 구글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등은 수수료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유튜브에 대항할 여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인기협이 개최한 인앱결제 관련 간담회에서 구태언 변호사는 “무료로 배포되는 앱은 결국 사업자가 볼륨을 키워서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한 것인데, 인앱결제 강요는 앱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할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코스포에 따르면 PG사가 제공하는 외부 결제방식에 비해 인앱결제는 적게는 4배, 많게는 30배가량 비싸다.
바뀐 결제정책에 따라 자체 결제를 갖고 있는 앱 기반 사업자들은 자신의 수익 대부분을 결제수수료로 지급하거나,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예전보다 경영 상황이 어려워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코스포 최성진 대표는 “(구글의 바뀐 정책은) 중소규모 모바일 서비스 제공자와 국내 스타트업에 훨씬 더 치명적”이라며 “스타트업은 협상력 있는 큰 기업과 달리 앱마켓의 정책 변화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호소했다.
국내 앱 사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와중에 국회와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가 발표된 즉시 입장자료를 내고 이와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 여부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구글의 인앱결제와 관련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조승래, 한준호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이와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앱 마켓 사업자의 부당한 강요행위를 금지하고, 콘텐츠사가 다른 앱마켓에 콘텐츠를 등록하지 않게 지시·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방통위와 같은 감독기관이 관리감독 권한을 구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7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감장에서 “실태조사가 현재 상당 정도 진행됐고 이달 말 정도 끝날 것"이라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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