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에도 보수·극우단체의 집회 개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와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상충하고 있다.
경찰은 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개천절인 지난 3일과 유사하게 차벽을 설치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불법집회 개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개천절보다 집회 참가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감염병 확산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차벽과 폴리스라인 등 차단 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험 없이 집회를 진행할 수는 없을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29개 단체가 참여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충북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 LNG 발전소 건립 반대 2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1차에 이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사회자가 온라인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집회 시작을 알리면 참여자가 댓글 등으로 호응하는 방식이다.
영상에 따르면 참여자들은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댓글을 달았다. 발언자들은 영상편지 등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도표 등을 보여주며 LNG 발전소 반대 근거를 상세히 설명하는 발언자도 있었다. 집회에서 진행되는 ‘몸짓패’ 등의 공연은 직접 만든 영상으로 대체됐다. 충북 청주시청을 방문해 시장과 인터뷰를 시도하는 모습도 ‘라이브’로 진행됐다.온라인 집회를 기획한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연대사업팀장은 “코로나19로 집회 진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집회 참여자와 실시간 소통할 수 있고, 향후에도 온라인 영상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집회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오프라인 집회보다 더 많은 내용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면서 “온라인 집회는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쉽게 떠날 수 있어 재미와 감동 등을 고려해 기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바타 집회’도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집회 방식 중 하나다. 사람 대신 인형을 참석시키는 집회다. 같은 달 18일에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노동자와 함께하는 서울지역 아바타 집회’를 열었다. 100여개의 인형들이 열을 맞춰 ‘단결 투쟁’ 머리띠를 한 모습이었다. 인형들은 노조의 깃발과 함께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다’ ‘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인형 옆에는 각 노조와 연결된 휴대전화와 스피커가 설치됐다. 노조원들은 영상으로 집회를 지켜보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는 “처음 하는 방식이다 보니 기술적인 문제가 좀 있었다. 휴대전화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면도 있었다”면서 “집회가 사실상 금지된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우리 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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