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타살” 막을 수 있을까…고개 숙인 CJ대한통운‧한진

“구조적 타살” 막을 수 있을까…고개 숙인 CJ대한통운‧한진

기사승인 2020-10-22 18:34:45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와 생활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자 관련 업체들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택배업계 1위·2위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택배노동자의 업무 강도와 복지를 개선해 이 같은 비극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CJ대한통운은 22일 박근희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사과를 진행했다. 그는 "경영진 모두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날 발표하는 모든 대책은 대표이사인 본인이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날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인수 작업을 돕는 인력 추가 투입, ▲택배 기사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 ▲작업강도 경감을 위한 자동화시설 확대 ▲상생협력기금을 마련해 택배기자 복지확대 등의 대책을 밝혔다. 

이와 관련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현재 택배 현장에는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Wheel Sorter)가 구축되어 있어 분류지원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택배기사들의 작업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류 업무를 하지 않게 된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 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 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전체 근무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전문기관을 통해 성인이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해 이를 현장에 적용 하겠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초과물량이 나오는 경우 택배기사 3~4명으로 이뤄진 팀이 업무를 분담하는 ‘초과물량 공유제’를 도입한다.

물류센터에서 분류 작업 중인 택배기사 / 사진=연합뉴스
전날 한진 역시 임직원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 급증에 따른 택배기사분들의 업무 과중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물량 제한, 터미널 근무환경 개선 등 근로조건 개선에 최우선의 역점을 둘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시일 내 택배기사분들의 과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 사망 원인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성심껏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현재까지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만 13명에 달하고 있다. 이 중 택배 분류작업과 배달 업무를 하는 택배기사가 9명이고, 물류센터 분류 노동자는 3명, 운송 노동자는 1명이다. 이들 중 CJ대한통운 노동자가 6명이다. 이같은 현실에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택배노동자 죽음을 ‘구조적 타살’로 규정하며 정부에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참여연대·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대표자들은 전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관련 긴급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는 구조적 타살"이라며 "택배노동자들이 주 평균 71시간이 넘는 살인적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는 핵심적 요인은 재벌 택배사들이 강요하는 분류작업에 있다. 택배사들은 추가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거짓·꼼수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야배송이 안 되도록 국토교통부는 매일 점검하고 노동부는 현장지도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현실은 너무 달랐다"며 "심야배송이 중단됐더라면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 / 사진=연합뉴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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