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후 “집에서 마셨다” 조작 남성에 法 “음주운전 무죄”

음주사고 후 “집에서 마셨다” 조작 남성에 法 “음주운전 무죄”

기사승인 2020-10-29 10:38:01
▲사진=법원 전경/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정유진 인턴기자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도주해 마치 사고 후에 음주한 것처럼 꾸민 30대 남성이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9일 대전지법 형사7단독 송진호 판사는 사고 후 미조치·범인도피 교사만 유죄로 인정해 A(32)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내렸다. 다만 법원은 음주운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송 판사는 “음주운전 죄를 범했다고 볼 만한 상황에서 범행 사실을 숨기고자 친구에게 (자신의) 도피를 지시했다”며 “경찰관의 정당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업무를 방해하려고 다량의 음주를 위장한 죄질도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2월11일 밤 세종시에서 친구 B(32)씨 등과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로 운전하다 길가 주차 차량을 들이받았다. 그러나 별다른 조처 없이 500m를 더 이동한 A씨는 사고 목격자의 추궁을 받게 되자 B씨를 불러 B씨 차를 타고 도망쳤다.

A씨는 B씨 집에 도착하자마자 술을 몇 잔 더 마시고 빈 소주병 2개를 식탁 위에 올려놔 사고 이후 음주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 집에서 A씨를 붙잡았고, 음주 측정 결과를 토대로 집에서 술을 마시기 전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62%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처벌기준 0.05%에 0.012%p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주취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봤다. 송 판사는 사고 당시와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시점이 55분 차이가 나는 것에 두고 “피고인이 사고 후 운전을 마칠 당시에 농도가 상승기에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라며 “운전을 할 때 농도가 0.05%를 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이 비틀거리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 증거가 있었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를 도망치게 한 혐의(범인도피)로 재판에 넘겨진 B씨 역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두 피고인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ujiniej@kukinews.com
정유진 기자
ujiniej@kukinews.com
정유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