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사들의 비판이 거세다. 기존 고위급 간부들이 사퇴하며 에둘러 이야기하던 것에서 벗어나 평검사까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첫 포문은 이환우(43·사법연수원 39기) 제주지검 검사가 열었다. 이 검사는 지난 2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며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을 게재했다. 그는 “추 장관의 검찰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가 느껴진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구나’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추 장관이 SNS를 통해 이 검사를 공개 저격하며 판이 커졌다. 추 장관은 인천지검 강력부의 A 검사가 동료 검사의 약점이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 피의자를 독방에 구금하고 가족의 면회를 막았다는 의혹을 담은 기사를 SNS에 게재했다. A 검사는 이 검사로 전해졌다. 추 장관은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며 이 검사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인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도 나섰다. 그는 지난 29일 이프로스를 통해 “장관님이 생각하는 검찰 개혁은 어떤 것이냐”며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지 여쭤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이어 “이 검사가 ‘최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 개혁과 무슨 관계입니까”라며 “현재와 같이 정치권력이 검찰을 덮어버리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저 역시 이 검사와 동일하게 커밍아웃하겠다”고 밝혔다.
최 검사의 글에는 ‘동의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100여개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 고위직들은 검찰을 떠나며 추 장관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해왔다. 이른바 ‘라임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지난 22일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의를 표했다. 그는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라임 사건·윤 총장 가족 의혹 사건 등에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박 전 지검장은 “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그 사건의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박 전 지검장은 ‘추미애 라인’으로 평가받던 인물이다.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도 지난 8월 검찰을 떠나며 이프로스에 추 장관의 검찰인사를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문 전 지검장은 당시 검찰인사를 겨냥해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가 우려스럽고 부끄럽다”며 “전국시대 조나라가 인재가 없어서 장평전투에서 대패하고 40만 대군이 산채로 구덩이에 묻힌 것은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도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라임사건처럼)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총장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인사에서 자신의 측근과 여권 인사를 수사한 검사들이 사실상 좌천된 것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도 나왔다. 윤 총장은 “힘 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는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면서 “불이익도 각오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너무 제도화되면 누구도 권력자에 대한 수사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에 우려된다”고 했다.
추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상급자”라며 “(지난 국감서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선을 넘는 발언을 했다. 대단히 죄송스럽다. 지휘감독관으로서 민망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지난 27일 윤 총장을 겨냥한 합동 감찰을 지시한 상태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