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정유진 인턴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가 34년 만에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 범행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2일 오후 1시30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공판을 열었다. 법원은 최대한 많은 방청객이 이춘재의 증언을 방청할 수 있도록 중계법정을 추가로 마련했다. 중계법정인 수원지법 504호에서는 재판이 이뤄지는 501호의 모습을 TV 화면으로 살필 수 있도록 준비됐다. 501호와 504호 모두 사건 관계자와 취재진 등으로 가득 찼다.
이날 공판에는 이춘재가 증인으로 등장했다. 이춘재는 파란 수의에 가슴에는 노란 명찰을 단 모습이었다. 왼쪽 가슴에는 100번, 오른쪽에는 ‘10하22’가 기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인해 흰색 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재심 청구인 측인 박준영 변호사의 요청으로 천 마스크를 일회용 마스크로 바꾸며 이춘재의 전체 얼굴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개된 과거 고교 졸업사진처럼 큰 코가 두드러졌다.
이춘재는 이날 법정에서 ‘14건의 살인사건 등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맞느냐’는 박 변호사의 질문에 “진범이 맞다”고 답했다. 답변을 하며 눈을 질끈 감는 모습이었다. 이춘재는 “(DNA 대조 후 경찰들이 교도소를 방문했을 당시)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모든 것이 다 스치듯 지나갔다”고 전했다.
재심청구인 윤성여(53)씨는 이날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과 만나 “착잡한 마음이다.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이춘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춘재의) 얘기를 들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춘재가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한다면 어떨 것 같는가’라는 질문에는 “고맙다고 말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재심이 청구된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을 뜻한다. 경찰은 지난 89년 윤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윤씨는 재판 과정에서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했다고 증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씨는 20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지난 2009년 출소했다.
지난해 경찰은 DNA 대조 끝에 처제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감옥에 수감돼 있던 이춘재를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했다. 이춘재는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었다고 자백했다. 윤씨는 같은 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1월부터 재심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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