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화이자의 백신 개발 소식에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시장 빗장이 풀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수주 실적이 줄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11일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5개 대형 건설사의 올해 10월까지 해외수주 금액은 16조1000억원이다. 이는 올해 목표 25조4000억원의 63.38% 수준으로, 연말까지 최대수주 기대 금액이 19조1000억원에 불과해 당초 목표 달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발주처가 수주 발표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유가 하락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주로 수주를 따내는 중동 발주처의 여력이 감소한 것도 수주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증권가에서는 내년 5개 건설사의 해외수주 금액이 22조6000억원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발주처들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필수 프로젝트에 대한 발주를 진행하면서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2020년 2분기부터 FEED(프로젝트 확정 전 사업주와 협의 단계)나 중소형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ITB (입찰 초청서) 발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향후 부담이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내년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이 ‘상고하저’,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이후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점차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사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조속한 종식을 기대하며, 화이자의 백신 개발 소식을 반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백신 개발 소식에 반색하는 것은 해외건설 현장의 원가 증가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건설 현장의 공기 지연과 셧다운이 늘어나면서 원가가 증가해서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3분기 UAE 미르파 발전 현장 미청구공사에 500억원의 대손비용을 적립했고,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알제리 발전(Jijel, Biskra), 말레이시아 현장의 공기지연 및 셧다운 영향에 따라 600억원을 추가원가로 반영했다.
대우건설도 동남아·인도 토목 현장과 쿠웨이트 등 플랜트 부문에 430억원, 삼성물산은 싱가폴 등 해외 현장 공사 재개에 따라 200억원을 추가원가로 떠안았다.
건설업계에서는 화이자의 백신이 올해 말 성공적으로 개발이 마무리될 경우 내년부터 해외수주 실적 개선과 일회성 비용 감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백신이 올해 말에 개발된다고 해도 전 세계에 보급되는 데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 보급에 내년 말까지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화이자가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는다면 해외수주 실적은 내년부터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해외사업은 발주부터 수주, 계약 등의 과정을 거쳐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하고, 발주처는 이를 고려해 선제적 발주에 나서는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가능성에 따라 발주를 늘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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