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돈 버는 로또청약에 ‘아이보다 아파트 먼저’

앉아서 돈 버는 로또청약에 ‘아이보다 아파트 먼저’

수도권 청약, 시세차익 수억원 '로또'
분양가 낮고, 공급 물량 적어 '과열'
청약위해 혼인신고 'No' 출산도 'NO'

기사승인 2020-11-12 06:05:01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광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청약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로또’라고 까지 불린다. 다만 최근 청약 열기가 과열되면서 젊은 층에게 ‘아이보다 아파트 먼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등 기형적 사회풍조 형성에도 일조하고 있다. 

수십만명 몰리는 청약, 얼마나 이득 이길래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최근 청약을 진행한 과천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에는 주변시세 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소식에 48만명이 몰렸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분양가는 단지별로 3.3㎡(평)당 2373만~2403만원이다.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8억원 선이며, 99㎡가 9억원 안팎 이다. 이는 주변시세 대비 60% 수준으로, 지난 4월 입주한 ‘과천푸르지오써밋’(전용 84㎡)의 경우 최근 19억3000만원에 팔려 분양가와 10억원 상당의 차이가 난다. 

로또 청약은 비단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진행된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과 ‘별내자이 더 스타 아파트’ 등 여타 아파트에서도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싸게 분양가가 결정됐다.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의 경우 전용면적 59.97㎡ 분양가가 6억7200만원이다. 이는 KB 기준으로 인근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9억원 보다 2억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고덕센트럴아이파크의 경우 전용면적 59.97㎡가 미소지움 분양가의 2배인 13억5000만원에 매매된 기록도 있다.

‘별내자이 더 스타 아파트’는 전용면적 84.56㎡의 분양가가 5억3880만원, 99.65㎡는 6억3750만원이다. 이는 KB기준 인근 전용면적 85㎡초과~102㎡이하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 7억5000만원 보다 저렴하다. 또한 별내신도시 주요 아파트로 꼽히는 ‘별내아이파크2차’ 전용 84㎡의 경우 지난 8월 8억800만원에 거래돼 분양가와 2~3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로또청약 광풍 앞으로도 이어진다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사진=계룡건설

부동산 시장에서는 로또청약 광풍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으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워낙 저렴하고,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남은 로또청약 단지로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809가구)’과 ‘역촌1구역재건축(700가구)’ ‘서울자양코오롱하늘채(165가구)’ 등이 꼽힌다. 대표적으로 고덕강일지구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2000만원 초중반대에 책정될 경우 주변 시세보다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9억원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에서는 로또청약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내년부터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정부가 공공·민영주택 특공 소득기준을 20~30%p 완화해 맞벌이 신혼부부에게 청약 기회를 넓히겠다고 밝힌 만큼 청약 지원자가 늘어나는 영향이다.

청약 당첨위해 혼인신고 미루는 젊은이들

▲사진=픽사베이

청약 열기가 과열되면서 젊은 신혼부부들 사이에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잡아가고 있다. 청약에 당첨될 경우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만큼 청약 가점을 준비하거나 분양금을 마련할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 신혼부부 특공은 혼인신고 후 7년까지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기형적 사회풍조이다.

심지어 혼인신고 문제로 출산을 미루는 신혼부부들도 있다. 출산할 경우 아이 문제로 혼인신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청약을 통해 아파트를 마련하고 출산에 나서겠다는 이들이다. 3년째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는 30대 남성은 “결혼 전부터 내 집 마련을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기로 합의했다”며 “아이도 집 문제를 해결하고 가지는 데 와이프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열된 청약열기의 진정을 위해 직주근접성이 있는 주택의 공급이 확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황종규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하면서 도심지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줄어, 물건을 빨리 사야 한다는 조급함이 청약 열기로 나타나고 있다”며 “공급을 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도심에서 살기를 원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청약이 과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심지 내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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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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