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집 앞에 찾아와 지키고 있으며, 회사로 연락을 취하며, 주변인에게 SNS를 통해 연락하는 것은 ‘경미한 상황’으로 취급돼 아무런 처벌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경범죄로 다뤄지는 ‘스토킹’을 실효성 있게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스토킹 방지법 통과에 모두의 힘을 합쳐달라”는 청원이 게재됐습니다. 청원인은 자신을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라고 소개하며 “(가해자는) 1년 6개월 동안 2만통이 넘는 문자 메시지와 1000여통에 달하는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사람을 괴롭혔다.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연락을 취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법의 보호를 받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청원인은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자 신고를 해도 돌아오는 말은 ‘피해가 경미해 처벌할 수 없다’, ‘미혼 여성에 대해 보호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였다”면서 “가해자가 결국 창문을 깨 경찰에 신고했으나 ‘재물손괴에 의한 기소유예’로 판정이 났다. 기고만장해서 다시금 협박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스토킹은 대형 범죄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나쁜 사람은 반드시 처벌할 수 있도록, 더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스토킹 방지법 통과에 힘을 합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스토킹은 흔히 특정인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해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상대방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하죠.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법으로 이를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2013년 ‘지속적 괴롭힘’ 조항이 경범죄에 신설됐으나 처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5만원 미만의 과태료에 불과합니다.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이죠.
솜방망이 처벌도 쉽지 않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756건입니다. 지난 2018년 2772건, 지난해 548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신고 대비 처벌 건수는 2018년 19.62%, 지난해 10.6%, 2020년 1월~7월 10.8%에 불과합니다.
스토킹 관련 처벌법은 지난 1999년 처음 발의됐습니다. 21년 동안 단 한 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죠. 대부분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다를 수 있을까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등이 스토킹을 처벌하는 법안 등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전문가는 스토킹 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따라다니는 것과 연락하는 것이 무슨 범죄냐’는 인식은 깨진 지 오래다. 스토킹은 굉장히 심각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 수없이 증명돼 왔다”며 “향후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스토킹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스토킹 방지법은 결국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법안과 같다”며 “국회가 이를 입법 후순위에 두는 것은 막을 수 있는 범죄에 손을 놓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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