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공유’ 이인영, 연이은 북한 ‘짝사랑’ 발언 논란

‘코로나 백신공유’ 이인영, 연이은 북한 ‘짝사랑’ 발언 논란

이번엔 ‘남북경협 촉진’, ‘남북공동감염병센터’ 등 언급… 野, “왜 북한 집착하나”

기사승인 2020-11-23 18:02:08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 내 장관실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및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화상간담회를 가졌다. 사진=통일부, 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북한에 대한 인식 논란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구체적인 수급계약조차 수립하지 못했는데 북한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공유하자는 제안을 한데 이어 경·재계 인사들과 만나서는 남북경협 촉진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는 등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의 발언으로 이해할 수준을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확산된 단초는 지난 18일 이 장관이 가진 KBS와의 인터뷰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판문점 견학지원센터 개소식 기념사에서 북한 동포를 향한 사랑을 외친데 이어 이날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백신을 공유하자고 했다. 발언 중 “북이 응하기만 한다면 최상의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없어도 살 수 있는 물자 때문에 국경 밖을 넘보다가 자식을 죽이겠는가 아니면 버텨 견디면서 자식들을 살리겠는가 하는 운명적인 선택 앞에 서있다”면서 사실상 지원을 거부하며 ‘짝사랑이 지나치다’는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지난 19일 “‘제안’이 아닌 ‘구애’에 가까운 태도”라며 “지난 7월 취임 후 판문점 견학 재개 등 저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들이 민망할 지경”이라고 혹평했다. 나아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공무원 피살 등에 대해 염치없는 태도로 일관한 북한과 기본적인 신뢰회복과정도 없이,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대화를 한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다른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입도선매하는 와중에도 늑장대응 하고 있는 정부로 인해 불안한 국민들은 (이 장관의 발언에) 기함을 토했다”면서 “정부가 바꿔야 할 것은 허울 좋은 몇몇 장관만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철지난 환상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의 첫걸음”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 장관의 친북적 발언은 이어졌다. 다음날인 20일 이 장관은 국립암센터 평화의료센터에서 열린 남북보건의료협력 협의체 회의에서 “시급한 일은 코로나를 극복해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의 초석을 마련하는 일”이라며 남북 접경지역에 남북 감염병 공동대응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3일에는 삼성·SK·LG·현대차그룹을 비롯해 9·19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했던 기업 관계자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비핵화 협상과 남북경협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개성공단 재개, 북한지역 개별관광 및 육로연결사업 등을 발 빠르게 추진하기 위한 지원을 당부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지난 9일 오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이 장관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앞서 북한을 협력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적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남북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남북 번영의 시대, K-번영의 새로운 주역이 돼 달라”고 기업과 정부 간 정례적 만남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장관이 북한과의 사전협의나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교류·협력을 위한 제안과 계획, 구상 등을 쏟아내는 행동을 두고 국민의힘은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적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황 부대변인은 앞선 논평에서 “북한은 일방적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도 사과 한 마디 없고, 우리 공무원의 피격사건에 대해 오히려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후 “그런 북한에게는 아무런 항의조차 못하면서, 판문점 견학을 재개하는 등 또 다시 짝사랑을 이어가겠다는 정부의 태도에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 “아무리 통일부장관이라지만, 우리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을 위한 통일부장관이 맞는지 묻고 싶을 지경”이라며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이 길을 따라 더 큰 왕래로 갑시다’라는 부분에서는 귀를 의심했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통일부 장관이라면 북녘 운운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을 향해 이야기했어야 했다”고 발언의 대상과 방향성을 문제삼았다.

여론도 부정적으로 흘렀다. 몇몇 국민들은 ‘이 장관의 북한사랑이 도를 넘었다’거나 ‘북한 사람 이인영’이라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송파병 당협위원장은 백신공유 발언과 관련 “(이 장관은) 시민단체 대표거나 희생과 사랑의 성직자 입장에 가깝다”면서 “무리하면서까지 북에 사랑을 베풀려면 장관 그만두고 하라”고 사퇴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삭제한 444건의 문건 중 ‘북한 원전건설’과 관련된 보고서 10여건이 포함된 문제나, 부산항만공사가 신고 없이 북한과 나진항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통일부 경고를 받은 일 등도 알려지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등도 북한과 얽혀 논란을 사고 있다.

황 부대변인은 23일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신규 원전건설은 없다고 천명했던 정권이 정작 북한에 신규원전건설을 추진하려 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구애를 펼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국민마저 속이며 북한퍼주기를 하려다가 딱 걸린 모양새”라며 국민 몰래 추진했던 대북 퍼주기 사업들. 무엇을 감추고 있느냐”고 해명을 촉구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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